메타, AMD와 1천억달러 AI칩 계약

2026-02-25 13:00:01 게재

6기가와트 ‘전력 동맹’ 초지능 경쟁 가속

미국 빅테크 메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를 위해 사상 최대급 반도체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최근 엔비디아와 수백억 달러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는 AMD와 최대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웃도는 장기 계약을 발표했다.

메타와 AMD는 24일(현지시간) 메타가 AMD의 차세대 ‘인스팅트(Instinct)’ GPU를 최대 6기가와트(GW) 규모로 도입하는 다년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는 MI450 시리즈 GPU와 ‘에픽(EPYC)’ CPU, CES 2026에서 공개된 ‘헬리오스(Helios)’ 랙 스케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이 포함된다. 첫 물량은 올해 하반기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6GW는 수백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AI칩 계약이 ‘개수’가 아니라 ‘전력 단위’로 언급된 점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경쟁이 곧 전력 인프라 경쟁임을 보여준다.

구체적 재무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계약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GW당 가치가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단일 고객 기준으로도 이례적 규모다.

또 다른 특징은 지분 연계 구조다. AMD는 메타의 실제 구매 물량과 주가 조건 등에 따라 자사 주식 약 10%에 해당하는 최대 1억6000만주를 주당 0.01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단계적으로 부여한다. 칩 공급과 자본 거래를 결합한 ‘순환형 거래(circular deal)’ 모델이다. 최근 AI 산업에서 확산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MD가 지분을 활용한 협상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MD는 지난해 오픈AI와도 유사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월가 일부에서는 AI 수요가 기업 간 투자로 과대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DA데이비슨의 기술 리서치 책임자 길 루리아는 NYT에 “AI 구축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소수 기업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기술이 기대만큼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면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번 계약을 “효율적인 추론 컴퓨팅을 구축하고 개인 맞춤형 초지능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 등 자본지출(CAPEX)을 최대 1350억달러로 제시했다. 투자금은 데이터센터 확장과 서버·네트워크 인프라 강화에 투입된다.

메타는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유지하면서도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도입을 검토하고 자체 메타 학습·추론 가속기(MTIA) 개발도 병행한다.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춰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고 기술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포석이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발표 직후 AMD 주가는 10% 안팎 급등하며 215달러 선을 회복했고, 엔비디아는 약 2% 하락했다. 메타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AI 인프라 경쟁이 칩 성능을 넘어 전력 확보와 지분 동맹의 구도로 확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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