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코인 분실 경찰, 관리체계 개편

2026-02-25 13:00:04 게재

검찰도 유사 유출 사례 발생 … 위탁보관·정기점검 등 기준 재정비 요구

경찰과 검찰에서 압수 비트코인이 잇따라 유출되면서 수사기관의 가상자산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실물 저장장치 보관에만 의존하고 잔액 점검과 비밀문구 분리 관리 같은 기본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점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현행 압수물 관리 규정이 현금·귀금속 중심으로 설계돼 디지털 자산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 공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과 검찰은 단계별 관리와 위탁보관, 정기 점검 도입 등을 추진하며 관리 기준 정비에 나섰다.

25일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가상자산 압수물 관리체계 개선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가상자산을 준비·압수·보관·송치 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단계별 책임자를 지정하고 수사 담당자뿐 아니라 증거물 관리 담당자와 수사지원팀장까지 감독 책임을 맡긴다.

정기 점검도 도입한다. 그동안 없던 점검 주기를 월 단위로 정해 자산 이동 여부와 처분 결과를 확인한다. 입출금 정지, 환부·가환부 절차, 지갑 접근 권한 관리 등을 담은 전용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에 배포하고 교육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가상자산 압수·보관 규칙’도 마련한다. 잔액 점검이 없어 수개월 동안 유출 사실을 몰랐던 관리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보관 방식은 외부 위탁으로 전환한다. 전문 가상자산사업자에 맡겨 보관 안정성을 높이고 개인 지갑 중심 관리에서 발생한 통제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관련 예산은 확보됐으며 연내 도입이 목표다.

이번 조치는 서울 강남경찰서 압수 비트코인 분실 사건 이후 마련됐다. 경찰은 2021년 수사 과정에서 비트코인 22개를 제출받아 보관했지만 뒤늦게 외부 지갑으로 옮겨진 사실을 확인했다. 저장장치는 그대로였지만 내부 자산만 빠져나갔다. 시세 기준 약 21억원 규모다. 인터넷과 분리된 저장형 지갑을 사용했지만 복구에 필요한 비밀문구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장치가 남아 있으면 자산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인식에 의존한 관리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검찰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광주지검은 압수한 비트코인 320여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복구 문구를 입력했고 자산이 외부로 이체됐다. 이후 거래소 동결 조치와 수사를 통해 전량 회수했지만 수개월 동안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갑 주소 조회만으로 잔액 확인이 가능했음에도 기본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점이 관리 교육 부재로 지적됐다.

두 사건은 모두 저장장치 보관에만 의존하고 비밀문구 분리 관리와 정기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상자산은 장치가 아니라 지갑 주소의 잔액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주소 조회만으로도 보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해외 수사기관은 여러 명이 동시에 승인해야 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의 지갑을 사용하고 잔액을 자동 점검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미국 연방수사국과 국세청 범죄수사국은 압수 가상자산을 중앙 지갑으로 통합 관리하고 외부 접속이 차단된 장비에서만 접근하도록 한다. 영국 국립범죄수사청은 별도 보관팀을 두고 점검 기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경찰의 가상자산 압수는 2021년 2건, 2022년 8건, 2023년 6건, 2024년 5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수는 많지 않지만 규모가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어 관리 실패 시 손실 위험이 크다. 몰수·추징 확정 전까지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대검찰청도 전국 검찰청에 압수 가상자산 관리 지침을 내려보냈다. 잔액 확인은 블록체인 조회 사이트에서 공개키만으로 하도록 하고 비밀키나 복구 문구 입력은 금지했다. 지갑이 저장된 저장장치와 비밀번호를 분리 보관하도록 해 단일 담당자가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회에서는 무형 자산 특성을 반영한 별도 증거물 관리 기준 마련 요구가 나온다. 현행 규정이 현금·귀금속 중심으로 설계돼 디지털 자산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수사기관 내부에서도 전용 지갑 사용, 비밀문구 분리 보관, 다중 승인 구조, 정기 잔액 점검 등을 포함한 표준 관리 기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디지털 자산은 관리 체계 자체가 보안인 만큼 기존 압수물 관리 방식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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