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내홍, 2차 경영권 분쟁 예고편?

2026-02-25 13:00:03 게재

신동국 대주주, 경영간섭 의혹 반박

동시에 지주사 지분 확대 사실 공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다 이를 봉합한 한미약품그룹이 1년 만에 다시 이를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최대주주의 ‘경영 개입 논란’ 등 내홍이 확산되면서다.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상경한 한미약품 직원들은 24일 서울 송파구 본사 로비에서 ‘한미약품은 대주주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신동국 대주주는 한미약품 경영에서 당장 손 떼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날엔 본부장과 임원 20여명이 같은 내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전문 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대주주로부터 부당한 경영 간섭을 받고 있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말 발생한 사내 성추행 처리 문제가 직접적 계기였다. 박 대표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 대해 중징계를 추진하자, 신 대주주가 자신과 가까운 해당 임원을 두둔했다는 것이다. 해당 임원은 징계 없이 자진 퇴사했다.

경영 전반에 대한 개입 논란도 있다. 박 대표는 신 대주주가 수선유지비 절감을 강요한 탓에 잦은 설비 고장과 생산 지연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산 대신 저렴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신 대주주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한양정밀 회장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대주주는 24일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미국에 체류하다가 성추행 의혹이 있는 임원이 지난달 말 퇴사한 이후 귀국했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잘 모르고 징계 절차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 입장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하지만 최대주주가 경영에 대한 조언을 주는 것까지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신동국 최대주주가 지난 13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장외 매수하며 신 대주주와 한양정밀 지분율이 29.83%로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반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딸인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측과 라데팡스파트너스 등 ‘4자연합’ 다른 구성원들의 합산 지분율은34.06%다.

앞선 2024년 송영숙 임주현 모녀와 임종윤 임종훈 형제간 다툼으로 불거진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은 1년 뒤인 지난해 일단락됐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처음에는 형제측에 힘을 실어주다 나중엔 모녀측에 기울어 자신과 모녀, 모녀측 우군인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합쳐 4자연합군을 결성하면서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과 송영숙 회장 모녀 관계가 냉랭해졌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당시 송 회장측과 주주 간 계약을 맺어 지분 매각 시 사전 협의 및 우선매수권을 보장하고, 위반 시 600억원의 위약벌금을 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한양정밀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38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계약 위반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발생했다. 모녀측은 사실상 지분 처분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신 회장 자택과 지분 일부를 가압류했다.

때문에 모녀측 인사로 여겨지는 박재현 대표와 신 회장 간 현재 갈등을 2차 경영권 분쟁의 일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2차 경영권 분쟁의 전면발발 가능성은 낮다. 4자연합의 약정기한은 5년으로 현재 시점에서 3년이 지나야 한다. 중도에 해지하려면 모든 구성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신 회장도 24일 기자회견에서 “4자연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약정기한이 끝난 뒤 연장할지는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백기사’였던 신 회장이 ‘점령군’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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