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06

송정민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입학 예정

2026-02-25 11:00:51 게재

메디컬·뇌과학·화생명 거듭 바뀐 진로의 끝 ‘공학’

인공지능과 반도체, 데이터 산업이 부상하며 자연 계열 상위권의 전공 선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의약학 계열의 선호도가 높지만, 한편에선 여러 진로로 나아갈 수 있는 전공을 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정민씨 역시 한때는 의학·생명과학 진로를 꿈꿨다. 그러나 고교 3년 동안 인공지능 수업과 데이터 분석, 수학 탐구를 거치며 생각이 달라졌다. 한 분야로 좁히기보다 공학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전공을 택했다. 고교에서 수학과 과학, 인공지능을 넘나들며 세상에 쓸모 있는 기술에 흥미가 생긴 것처럼, 대학에서도 폭넓게 배우며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학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정민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송정민

송정민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입학 예정 (서울 숭문고)

가능성을 넓혀 ‘공학’에 몰두

고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정민씨의 관심은 생명과학 분야에 집중됐다. <이기적 유전자>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를 읽으며 생명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화생명공학자라는 구체적인 직업도 꿈꿨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며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특정 직업에 맞춰 전공을 정하기보다 대학에 진학한 뒤 직접 경험하며 방향을 정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성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뇌과학이나 화생명공학이 막연히 재밌어 보였어요. 관련 책도 많이 읽었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와 여러 과목을 접하다 보니, 굳이 진로를 빨리 정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를 좁혀 깊이를 더하는 사례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폭을 넓히며 공학 전반을 이해할 기반을 고교에서 탄탄히 쌓는 게 낫겠다 생각했죠.”

이런 생각은 과목 선택으로 이어졌다. 공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수강했고, 물리학과 생명과학은 Ⅱ과목까지 이수했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에 더해 진로선택 과목으로 <기하> <인공지능수학>을 수강했다. 내신에서 기초를 다져둔 만큼, 수능에서도 <화학Ⅰ>과 <생명과학Ⅱ>에 도전했다.

“수학은 원래도 흥미가 컸고 자연 성향에겐 대학에 가서도 필수 교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과목을 듣고 싶었죠. 과학도 특정 과목만 고르기보다 대부분의 공대에서 권장하는 물리와 화학을 기본으로, 제 흥미를 고려해 생명과학까지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즐겁게 공부했고, 수능에서도 큰 고민 없이 응시 과목을 결정했어요.”

실패가 아니었던 실패

모교인 숭문고는 정민씨가 지원할 당시 인공지능융합중점학교로, 서울 내 과학중점학교와 같이 고교 지원 단계에서 인공지능중점학급(AI반)을 우선 지원할 수 있었다.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많고 인간의 인지 과정이 인공지능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온 터라 AI반을 선택했다. 고교 3년 동안 <프로그래밍> <인공지능기초> <AI프로그래밍기초>

<인공지능수학> <컴퓨터시스템일반> 등을 교육과정에 맞춰 수강했다. 그중 <AI프로그래밍기초> 수업에서 컴퓨터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을 수행하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수면 시간, 나이, 성별, 가족력과 치매 발병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탐구가 기억에 남는다고.

“여러 요인과 치매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히트맵으로 시각화하고, 머신러닝을 돌려 예측까지 해보는 활동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했고, 전처리 과정도 거의 거치지 않은 채 모델을 돌렸죠. 결과를 보니 정확도가 많이 낮더라고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고민하면서 데이터 관련 책을 찾아 읽었어요. 공통적으로 데이터는 수집도 중요하지만 가공과 분석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기초가 되는 과정을 놓친 채 진행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싶었죠. (웃음) 그냥 넘기지 않고 왜 실패했는지 책과 학술 자료를 참고해 나름대로 분석했고, 그 과정을 보고서에 최대한 녹이려 했어요. 단순히 결과만 잘 나온 실험보다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커 더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데이터 분석 과정을 더욱 꼼꼼히 살폈고, 보다 탄탄한 탐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3학년 <인공지능수학> 수업에서의 탐구 활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화두였던 사회탐구 선호 현상을 주제로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불필요한 단어를 제거하고 형태를 정리하는 전처리를 거쳤다. 이후 단어의 중요도를 수치화하는 TF-IDF 기법과 댓글의 긍정·부정을 점수로 환산하는 감성 분석을 적용해 여론의 흐름을 살폈다고.

“탐구 주제를 고민하다 당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화두였던 ‘사탐런’이 떠올랐죠. 그래서 뉴스 댓글이랑 수험생 커뮤니티 게시 글을 모아서 분석해봤어요. 전처리를 거쳐 불필요한 단어를 걸러내고 나니까 ‘추천’ ‘불리하다’ 같은 표현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분석 결과 전체적으로는 긍정 점수가 더 높게 나왔는데, 막연히 주변 친구들의 반응만으로 느끼고 있었던 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보니 흥미로웠어요. 또 이렇게 많은 댓글이 어떻게 수집되고 처리되는지도 궁금해졌고요.”

고민될 땐 멈추지 말고 Go!

공학 분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했지만, 세부 진로는 열어둔 상태였다. 여러 갈래로 확장 가능한 전공을 고민한 끝에 서울대 기계공학부(지역균형전형),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활동우수전형),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학업우수형·논술), 성균관대 자유전공(성균인재전형), 카이스트(학교장추천전형)에 지원했고, 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입학을 앞두고 있다.

“수시 지원을 앞두고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학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기전자 전공을 선택했죠. 대학 1학년 때는 전공보다 기초 학문을 많이 배우잖아요. 다양한 과목을 들어보면서 제가 진짜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찾아가고 싶어요. 기회도 많을 테니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고요.”

고교 시절 내신 성적을 챙기면서도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해 탐구 활동 경험을 차곡차곡 쌓은 정민씨는 수능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덕분에 정시로도 최상위권 대학 합격이 가능한 수능 성적을 받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특정 전형에 ‘올인’하지 않길 당부했다.

“정시만 준비하면 선택지가 별로 없지만, 수시까지 같이 준비하면 기회가 훨씬 넓어지잖아요. 힘들어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저 기준도 충족해야 하니 내신과 수능을 별개로 여기지 말고 같이 준비하는 게 좋고요. 특히 고2 때 선택 과목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두면 ‘불수능’일수록 도움이 되죠. 사실 내신 시험 후에 탐구 활동을 할 때 ‘이걸 꼭 해야 하나’ 고민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그냥 하는 게 좋아요. 결국 내 역량을 높이고 입시에서도 경쟁력이 되어주니까요. 언젠가는 지나갈 순간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취재 전지원 기자 support@naeil.com

사진 배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