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몇 줄이었고, 실패는 책 한 권으로 남았다”

2026-02-27 08:21:54 게재

신간 ‘제법 쓸 만한 후회’

은행원 기자 창업가 대기업대표 공무원까지

10번 넘게 직장 옮긴 저자의 담담한 산문집

제법 쓸 만한 후회
제법 쓸 만한 후회(미래의 창)

“두려움은 젊음의 병이 될 수 없다. 늙어가는 게 두려운 것은 두렵다고 생각한 나머지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거다. 그러니 적어도 젊을 때만큼은 두려워하지 말기를. 그까짓 직장쯤에. 연애나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이나 진학, 건강, 부모 따위도 마찬가지다. 당당하게 부딪쳐보기를. 어린 강아지처럼, 목줄을 끊고 나갈 정도로 팽팽하게.” ‘제법 쓸 만한 후회’ 15쪽

은행원, 기자, 창업가, 대기업 임원과 대표, 공무원까지. 저자는 30년 동안 여러 조직을 거치며 직장을 열 번 넘게 옮겼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시간을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산문집 ‘제법 쓸 만한 후회’(미래의창)는 그 실패와 선택의 시간을 되짚는 기록이다. 누군가를 훈계하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30년 전, 아직 세상을 잘 몰랐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지나온 선택과 후회를 담았다.

저자는 자신의 시간을 미화하지 않는다. 선택은 언제나 선명하지 않았고, 판단은 종종 늦게 도착했다. 성공은 이력서 몇 줄로 남았지만, 실패는 사람 안에 오래 머물렀다고 고백한다. 그는 “후회는 흠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읽히는 문장”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사회의 문턱 앞에 선 청년 세대와 그들의 부모 세대를 함께 바라본다.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미래의 풍경을, 이미 그 시간을 지나온 세대에게는 돌아볼 거울을 건넨다. 그러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통과해 온 시간의 굴곡과 온도를 담담히 보여준다.

빠른 결론과 즉각적인 확신이 요구되는 시대 속에서 《제법 쓸 만한 후회》는 느린 문장을 택한다. 결론보다 질문을, 확신보다 망설임을 남긴다. 성공의 숫자 대신 실패를 통과한 사유의 깊이를 기록한 산문집이다.

■ 책 속으로

질투를 다루는 또 다른 방법은 모자람을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내 것을 채우고 싶은 욕심, 완벽에 대한 집착이 질투를 키우므로 모자람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낫다. --- p.40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즉 합리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합리화할 것이라면, 수동적인 것보다는 능동적인 게 낫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마당의 낙엽을 쓸고, 담벼락 넘어 골목길을 쓸었다. 동네 어르신들과 마주치면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저 집에 썩 괜찮은 아저씨가 살아. 그런 소리가 담장 넘어 들리기도 했다. 궤도에서 떨어졌는데, 다른 궤도에 올라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궤도라는 게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부유했던 것은 아닐지. --- pp.58-59

비만은 파괴의 대상, 전쟁의 대상이 아니다. 공존하면서 관리할 수 있으면 족하다. 문제는 뚱뚱한 겉이 아니라,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제 기능을 잃은 ‘속’이다. 그리고 속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잘’ 사는 것이다. --- p.124

나의 딸은, 나의 어떤 뒷모습을 보았을까. 어린 시절 목말을 타기 위해 두 손으로 짚었던 나의 어깨였을까, 몇 번의 실패를 겪는 동안 가족이 잠든 후에 숨어서 흐느꼈던 나의 등이었을까. 아무래도 좋다. 그것 또한 진실의 순간이었을 거다. --- p.138

시간은 늘 앞서 있고, 이해했을 때쯤 이미 늦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약간 뒤늦게 도착하는 존재다. 그런데 그러면 뭐 어떤가. 나는 종종 싱글핸드 시계를 찬다. 그러고도 내 하루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순간이 정확하게 새겨진다. 햇볕이 스며들던 오후의 각도, 내가 처음으로 나에게 “괜찮다”고 말하던 순간, 누군가의 한마디에 울컥했던 기억들이 새겨진다. 그런 의미는 시곗바늘이 아니라 마음이 정한다. 그러니 오늘도 굳이 정확하지 않아도 좋다. --- p.159

일본의 히어로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 사이타마가 그렇다. 어떤 적이든 단 한 방에 끝내는 그의 힘은 훈련에서 나왔다. 매일 팔굽혀펴기 백 번, 윗몸일으키기 백 번, 스쾃 백 번, 그리고 10킬로미터를 뛰었다. 3년간 어느 종목 단 한 개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대신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다. 힘은 그렇게 얻는 것이다. --- p.163

나 또한 진실을 말할 때 그 진실이 나를 다치게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후회를 짧게 하고(없애고), 반성을 서둘러 접고, 회복이라는 말 뒤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 모든 옳은 말씀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후회가 짧은 게 낫다고 생각한다. 짧은 후회는 나를 힘겹게라도 움직이게 하지만, 긴 후회는 나에게 면죄부를 준다. 면죄부에 스스로를 깔고 뭉개는 것보다는 부족한 후회를 서둘러 딛고 일어서는 게 낫다고 나는 믿는다. --- p.172

■ 작가 소개 | 김영태

직장을 열 번 넘게 옮겼다. 은행원, 기자, 창업가, 임원과 대표, 공무원.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낯선 세계를 만날 때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쓰며 길을 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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