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 발표
전체 하청노동자 단위로 교섭창구 단일화 … 원청,‘계약 외 사용자’ 책임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원·하청 교섭의 구체적 교섭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했다.
두 기관은 “개정법의 취지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매뉴얼은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단 신설에 따라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을 전제로 원청의 교섭책임을 구체화했다. 매뉴얼은 “원청사용자는 계약외 사용자로서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과 교섭단위를 구성하고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7일 공고 의무…미이행 땐 시정명령·사법조치 = 핵심은 ‘교섭단위’ 설정이다. 정부는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는 이해관계·근로조건·사용자 책임범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를 같은 교섭단위로 묶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전체 하청노동자 단위’에서 하청노조들끼리 교섭창구를 단일화한 뒤 대표노조를 정해 원청과 교섭하도록 했다.
이는 복수 하청업체가 얽힌 다층 구조에서 교섭을 분산시키기보다, 하청노조의 교섭력을 모아 실질적 교섭을 보장하겠다는 설계다. 매뉴얼은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이 동일한 교섭단위에 속한다”고 적시했다
절차도 세분화했다.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공고는 게시판뿐 아니라 작업공간·휴게실·전산망 등 하청노동자가 인지 가능한 장소 전반에 해야 한다. 공고를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부당노동행위로 제재할 수 있다.
교섭 참여를 원하는 다른 하청노조는 공고기간 내 참여 신청해야 하고 이를 포함해 교섭요구 노조 확정한다. 이후 14일 이내에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를 결정하며 합의가 안 될 경우 과반수노조 또는 공동대표단 구성 순으로 교섭대표를 정한다.
◆직무·업체별 ‘교섭단위 분리’도 = 다만 업무 특성이나 근로조건이 현격히 다르면 예외적으로 교섭단위를 나눌 수 있다. 하청노조 또는 원청이 노동위원회에 분리를 신청하면 노동위는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노조 간 이해관계 공통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직무별·업체군별·상급단체별 분리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노동위가 분리 결정을 내리면 해당 단위별로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결정은 행정소송이 제기돼도 취소 확정 전까지 효력을 유지한다
정부는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 등을 통해 원·하청 간 교섭질서가 안착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과도한 손배청구 문제 해결에서 시작된 ‘노란봉투법’이 결실을 맺게됐다”며 “노란봉투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짜 성장’의 출발점”이라며 “노사 상생과 격차 해소 등을 통해 진짜 성장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노동계에 교섭절차에 따라 실질적인 교섭에 만전을, 경영계에는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형성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