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호르무즈 지정학 시대

2026-03-04 13:00:03 게재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은 단순한 중동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워싱턴의 정치일정과 맞물린 ‘국내정치 변수’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현지시간) 개시된 이란 공격(작전명 ‘장대한 분노 Epic Fury’)을 미국 국민 보호를 위한 ‘방어적 조치’이자 ‘억제’를 위한 작전으로 규정했지만 선거에서 안보는 언제나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전쟁은 종종 대통령 지지율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결집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그 효과는 짧다. 미군 사상자 발생, 지상군 투입, 예산 확대 논쟁이 겹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특히 미국 유권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장기전에 피로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이란 정권교체는 목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3월 2일(미국 현지 시간)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과 케인 합참 의장은 펜타곤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작전은 하룻밤에 끝나는 단발성 적전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대규모 전투 작전”이라는 언급들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시사한다.

전쟁의 시간표는 워싱턴 테헤란 예루살렘 각각에 있다

이란측도 마찬가지다. 인구의 약 85~90% 이상이 시아파이고 여전히 신정체제를 유지한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성전으로 보복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이스라엘도 단기간에 이 전쟁을 멈출 이유가 없다. 3월 31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는 이스라엘 헌법상 네타냐후는 계속 비상전시내각 상황으로 끌고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쟁은 ‘관리되지 않는 장기전’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전쟁의 시간표는 워싱턴 테헤란 예루살렘 각각에게 있다.

이번 공습에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적 계산도 읽힌다. 이란은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의 핵심 멤버이자, 중국 ‘일대일로’의 중동 거점이다. 중국은 하루 100만 배럴이 넘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며, 전체 해상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한다. 중국은 이란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 국가에서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들여와 제조업 원가 경쟁력을 높여왔는데, 이란산 원유 공급까지 끊기면 이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에너지와 금융 제재를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다.

중동변수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1/5이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가 봉쇄되거나 위협받는 순간 국제 유가는 단숨에 급등한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그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원유 수입의 절대다수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유가상승은 곧바로 무역수지와 물가로 전이된다.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면 금리인하 기대도 늦춰진다. 고금리·고유가 조합은 가계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더 큰 위험은 심리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환율·금리·주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경제에 몰려올 복합 충격 대비해야

다만 이번 사태가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물량의 40%는 이란산 거의 대부분은 포함해 중국으로 향한다. 이란이 가뜩이나 우방도 없는데 중국 물량에까지 무차별 폭격을 가할지는 미지수다. 다음으로 우회로가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서부 파이프라인를 통해 호르무즈를 우회하여 수송할 수 있다. 사우디 500만 배럴 이상, UAE 150만 배럴 정도라고 한다. 대략 우회로를 사용하면 호르무즈 통과 불량의 30~40%를 수송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산유국의 증산이다. 오펙 플러스는 20.6만 배럴 증산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비 호르무즈 해협 물량이 7.8만 배럴에 이르고 여기에는 러시아도 동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전략비축유 카드가 있다. 미국은 이번 사태로 비축유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매주 40만 배럴 정도를 채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이 보복작전으로 호르무즈 통행 선박에 공격을 가하고 중동지역의 유전시설을 공격하는 ‘모든 것을 망치겠다’식 시나리오 역시 쉽지 않다. 이란도 원유를 팔아야 헤즈볼라 후티 등 반군도 지원하고, 혁명수비대를 유지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 호르무즈의 전쟁 파도는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파고에 정확히 대비하는 정책의 깊이는 우리의 선택의 문제다.

안찬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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