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안심사 외면…한 달 한 번 이상 연 소위, 3곳뿐

2026-03-04 13:00:03 게재

‘한 달 3번 이상’ 규정 국회법 ‘무용지물’ 전락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 소위원장 없어 가동 중단

민주당·국민의힘 소속 위원장 모두 ‘실적 부진’

“빠른 법안 통과 위험, 심도 있는 숙고 필요”

국민의힘 불참 속 열린 국회 정보통신방송법안 소위원회 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현 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이날 정보통신방송법안 소위원회 회의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입법 속도전에 맞춰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입법 상황실을 별도로 만들고 원내수석부대표들에게 임무를 부여해 법안 심사와 통과를 압박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동안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의 회의 개최가 부진해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나 법안소위에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인 소위 역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회의록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22대 국회 출범 이후 현재까지 21개월여 동안 한 달에 한 번 이상 법안소위를 연 곳은 3곳에 그쳤다.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는 모두 30개다.

가장 많이 회의를 연 곳은 법사위의 고유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 1소위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무려 47번의 회의를 열었다. 임기 동안 한 달에 2번 이상 법안을 심사한 셈이다. 농해수위 농림축산소위는 23회, 과기정통위 정보통신소위는 21회의 법안 심사를 실시했다. 두 법안소위는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인 윤준병 의원과 김현 의원이 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법안소위를 10번도 열지 않은 곳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6개에 달했다. 타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다루는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는 소위 위원장이 없는 상태로 단 1번의 회의만 진행하는 데 그쳤고 현재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정보위 법안소위(위원장 이성권, 국민의힘)도 최근에야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위 의학교육소위(김영호, 민주), 국방위 군복지개선소위(성일종, 국민의힘)는 한 번의 회의만 진행한 후 활동을 멈췄다. 운영위 운영개선소위(천준호, 민주)는 지금껏 4번의 회의를 열었고 기후에너지환노위 환경소위(김형동, 국민의힘)는 6번, 외교통일위 법안심사소위(김건, 국민의힘)와 산업위 중소벤처소위(김원이, 민주), 문화위 문화예술소위(임오경, 민주)는 각각 7번씩의 법안 심사를 진행했다. 농해수위 해양수산소위(조경태, 국민의힘)는 8번 열렸고 정무위 법안심사 2소위(강민국, 국민의힘),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정태호, 민주), 국방위 법안심사소위(부승찬, 민주), 문화위 체육관광소위(박정하, 국민의힘),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2소위(이수진, 민주), 성평등가족위 법안심사소위(김한규, 민주)는 9번의 회의를 열었다. 10번 미만의 법안소위를 연 위원장 중 국민의힘 소속이 7명, 민주당 소속이 8명이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들이 맡고 있는 상임위나 법안소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30개 법안소위 중 국민의힘 의원이 14개를 맡고 있고 법안 심사 실적이 낮은 법안소위의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못지않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21대 국회 시절인 지난 2021년에 개정된 국회법에서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월 2회, 법안심사소위를 월 3회 이상 열어 상시국회를 운영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금껏 ‘월 3회 법안 심사’를 지킨 법안소위는 거의 없었다. ‘일하는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법안 심사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법안 심사의 ‘속도’보다는 ‘숙고’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핵심 관계자는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주게 돼 더 위험하다”며 “그럴 바에야 아예 통과시키지 않고 계류시키는, 일하지 않는 국회가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법안소위를 3회 이상 열도록 한 것은 법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심사해 부작용을 줄이고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입법 성과보다는 많은 논의와 숙의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은 법안소위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국민투표법 등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법왜곡죄 등 본회의까지 올라온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수정된 후 본회의 문턱을 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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