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제조업은 부활할 수 있을까

2026-03-05 13:00:03 게재

미국 제조업 최고 전성기는 제2차세계대전 직후 ‘메이드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공산품이 유럽 시장을 석권하던 시기였다. 당시 미제는 세계 최고 품질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며 경쟁력이 서서히 잠식됐고, 이후 독일 일본 한국 중국 제조업의 공세 속에서 위상은 지속적으로 약화돼왔다.

지금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조업 부활은 전통 제조업이 아니라 첨단 제조업이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제조업 생산국이며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전통 산업 기반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상당수는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과거의 위상을 상실한 상태다.

미국이 집중하는 첨단 제조업은 오바마정부 때의 ‘매뉴팩처링 USA(Manufacturing USA)’ 프로그램이 잘 보여준다. 기능성 섬유, 집적 광자공학, 3D프린팅, 로봇, 바이오 제조, 스마트·디지털 제조, 사이버 보안, 첨단 복합소재와 경량 신소재, 첨단 전자집적회로 및 반도체 소재, 친환경·에너지 절감형 공정기술과 소재 재활용 등이 그 핵심 분야다.

구조적 제약에 갇힌 미국 제조업 부활

미국이 첨단 제조업 재건을 위해서는 몇가지 구조적 문제를 넘어야 한다. 첫째, 제조업의 글로벌 이동이라는 흐름이다. 지난 200여년간 세계 제조업의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 일본 한국 중국으로 이동해왔다. 이제는 중국 제조업조차 동남아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 이동을 촉발한 요인은 제조업 강국들의 경제 발전에 따른 임금상승, 근로자 사회보장과 복지, 근로자 단결권, 환경·안전기준 등이 강화되면서 생산비가 구조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8만달러를 넘는 미국이 제조업의 고비용 구조를 낮추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둘째, 실무학습 기반 약화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과도한 해외 이전으로 국내에는 제조업의 노하우와 기술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도 더 현장에서 ‘실무학습 효과(learning by doing)’ 가 중요하다. 노하우는 현장의 인력들에게 체화되고, 신기술은 기계·장비에 점진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이 활용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의 위탁생산 구조는 이러한 축적을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으로 이전시킨 결과를 낳았다.

셋째, 제조업 인력기반 약화다. 미국의 많은 우수 인재가 높은 보수를 쫓아 정보통신·금융보험 등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제조업의 인력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산업 간 인재 배분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수 인재를 제조업으로 다시 유입시키는 정책이 제조업 부활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넷째,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의존의 한계다. 미국은 FDI 유치를 통해 첨단 제조업 생태계를 보강하려 하지만 핵심적 동맹국이 아닌 한 외국에 핵심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가능성이 낮다. 일반적으로 외국인투자기업은 자사의 핵심기술 이전에 신중하며, 미국의 시장 전망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FDI는 보완 수단일 수 있으나 대체 전략이 될 수는 없다.

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전략경쟁이 있다. 이미 미국 제조업 규모의 2배가 된 중국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비용과 기술축적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은 것이다.

관건은 한국과 같은 핵심 동맹국과의 전략적 협력이다.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한국의 첨단기업들과 어떤 방식으로 기술 협력을 하고, 미국의 산업 생태계와 어떻게 연계하느냐가 핵심이다. 앞으로 수년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이영선 코트라 아카데미 연구위원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