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끊긴 송신소 부지에 도서관 들어섰다

2026-03-05 13:00:02 게재

구로구 개봉동에 복합공간 ‘문화누리’

중심도서관·평생학습관, 청소년공간도

“동네에 아이 데리고 갈 만한 문화시설이 없었어요. 갈 곳이라고는 대형 쇼핑몰 정도랄까. 도서관에 어린이 공간이 잘 돼 있긴 한데 규모가 너무 작아서 불편하고….”

서울 구로구 개봉동 주민 이 모(32)씨는 “18개월 된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생겼다”며 반색했다. 그는 “특히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생각보다 넓어서 만족스럽다”며 “근처에 수영장도 생긴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구로문화누리도서관’을 즐겨 찾고 있다.

5일 구로구에 따르면 개봉동에 있던 한국방송공사(KBS) 송신소 부지가 독서와 평생학습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로문화누리’다. 장인홍 구청장은 “청소년이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많고 종합사회복지관도 필요한데 개봉동에는 공공시설이 부족했다”며 “송신소 폐쇄 후 16년간 간절히 기다리고 응원해 온 결과 문화와 배움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부지 매입을 결정한 이후부터 따져도 14년만이다.

장인홍 구청장이 구로문화누리 개관식에서 청소년 아지트 ‘모여 구로’를 이용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문화누리는 연면적 7876㎡로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1~4층 규모 도서관과 1~3층 건물 평생학습관이다. 각 건물에는 다양한 공간을 배치했다. 도서관동 2~4층에는 중심도서관이 자리잡고 있고 청소년 아지트 ‘모여구로’를 비롯해 예술인 창작공간 ‘문학의집 구로’, 우리동네키움센터와 북카페가 1층에 들어섰다. 평생학습관동 2~3층은 평생학습관이고 1층은 카페, 3층 일부는 장학회와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사용한다.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장 구청장은 “한때 먼 곳으로 신호를 보내던 공간이 이제는 우리 이웃의 발걸음을 맞이한다”며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해맑은 웃음이 고요했던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중심도서관은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첫 도서관이다. 기존에는 민간이나 문화원 등에 제각각 구립도서관을 위탁했는데 이번에는 전담 팀을 꾸려 중심도서관을 운영하는 한편 종합적이고 통일적인 도서관정책을 펼친다. 장인홍 구청장은 “위탁기관이 제각각 운영하다 보니 총괄 기능이 부족했다”며 “중앙도서관 개념으로 공공은 물론 민간까지 각 도서관 유지·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중심도서관을 중심으로 거점도서관과 작은도서관까지 교류·협력체계를 구축해 서비스 품질을 높여갈 계획이다. 동시에 구로와 인연이 있는 작가를 비롯해 지역이 배경이 된 작품, 지역에서 발간한 간행물까지 구로구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이정수 관장은 “독서 관련 서비스는 물론 지역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일도 중요하다”며 “주민들 삶과 지역을 기록하는 독립출판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도서관과 함께 상호대차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독서문화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도서관도 기대가 크다. 이경미(마중물도서관장) 구로사립도서관협의회장은 “작은도서관은 경력보유여성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거나 인근 아이들 돌봄 사각지대를 메운다”며 “중심도서관과 연계해 구와 주민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는 문화누리에서 북토크를 비롯해 인문학 강좌 등 다채로운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외국어 강좌와 자기계발을 위한 취미·교양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늘을 따스하게 채우고 누군가의 내일을 밝게 키워낼 삶의 자리”라며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품격 있는 구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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