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코리아 프리미엄 전환, 이제 시작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관문을 넘었다. 앞으로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 도입 등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다. 그나마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법 시행으로 기업의 주식수가 줄어든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뿐만 아니라 주당 순이익(EPS)과 배당금(DPS)도 함께 상승한다. 한마디로 개별주식의 가치가 그만큼 오르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기관투자가들의 자산가치가 상승한다. 국민연금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기금고갈 우려도 상당히 덜어진다.
3단계 상법개정 완료는 K-디스카운트의 종료선언 평가
특히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재벌 경영권 유지 등을 위해 활용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재벌총수의 ‘황제경영’을 받쳐주는 원동력의 하나가 바로 이 자사주였다. 기업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할 자금이 총수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유용’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악습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유발했다. 이번 상법개정안 통과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일부 보고서는 “3단계의 상법개정 완료는 K-디스카운트의 종료선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직전까지 코스피시장이 급등한 데는 이같은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 단단히 한몫했을 것이다. 재계도 종전처럼 맹목적인 반대의사를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재벌 주식이나 의결권 관련법안이 마련될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아마도 이재명정부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2차례 상법 개정의 효과가 이미 입증됐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눈 앞의 증거와 실적을 부인할 수는 없는 법이다.
대기업과 금융사들도 법개정안 통과 이전부터 자사주 매입과 소각 행렬에 동참해 왔다. 최근 LG 두산 KB금융 대우건설 등 다수의 대형 기업과 금융사들이 자사주를 이미 태웠거나 태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새로운 제도가 예상보다 수월하게 정착하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한국 기업과 국가 신인도가 오르는 등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유치도 더 쉬워질 것이다. 반면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공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들도 과거에 비해 더 떳떳해질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재계가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들이 대체로 총수 중심의 황제경영을 유지강화하려는 심사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난처한 처지에서 벗어나 보다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는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 노동조합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얻어내기도 쉽다.
아직 해야 할 일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예컨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나 중복상장 규제 등도 해결과제로 거론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거나 재벌총수가 비상장계열사 여러 곳에 미등기 임원으로 거액의 보수를 챙기는 문제 등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의 경우 이미 여러차례 의혹이 드러났고, 법으로 명확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유연하면서도 한결 같은 실천의지가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높이 평가되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지금은 중동전쟁 때문에 시장이 몹시 흔들리기에 어려움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 주식시장과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다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그리고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일부는 건전한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법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스스로에게도 유익하다는 점을 설득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유연하면서도 한결 같은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