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독일 실업자 창업 지원에서 배우자
청년 일자리 해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대안 중 하나는 ‘창업’이다.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라는 메시지는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정책자금과 보증 대출을 활용해 창업한 청년 기업이 성공만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폐업과 그 이후 채무 부담을 지게 된 사례가 상당수다.
이런 부정적 경험은 창업을 도전과 기회라기보다 신용 손실과 경력 단절의 위험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불확실성을 감내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비자발적 ‘쉼’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어려워진 듯하다. 창업을 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독일의 실업자 창업 지원 사례를 살펴본다.
불황에는 확대, 호황에는 축소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복구 과정에서 출현한 독일의 실업자 창업 지원 제도는 경기 변동에 따라 조정돼왔다.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일자리가 충분해 비중이 낮았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0년대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대량실업을 거치며 다시 주요 정책 수단으로 부상했다.
2002~2003년 하르츠 개혁으로 창업 지원은 실업상태를 끝내는 노동시장 복귀 경로로 공식 인정됐다. 이후 2012년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회복되면서 다시 비중이 낮아졌다. 창업 수급자 수는 급감해 2011년 약 13만명에서 2013년 약 2만명으로 줄었다. 불황기에는 실업자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호황기에는 축소하는 방식으로 재정 효율성과 고용정책을 관리해왔다.
연방고용청 자료에 따르면 2002~2011년 매년 12만~25만명이 창업 보조금을 받았다. 수급자는 창업 4.5년 후 사회보장기여금을 납부하는 취업상태에 있을 확률이 미수급자보다 15~22%p 높았다. 반대로 실업·복지 수급상태에 머물 확률은 26~31%p 낮았다.
2026년 현재도 이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실업보험 납부 이력이 있는 수급자가 자영업을 주된 생계수단으로 실업에서 벗어나고자 할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는 최소 150일 이상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남아 있어야 한다. 사업계획 심사를 통과하면 최초 6개월간 실업급여 수준의 생계비와 월 300유로의 사회보험 보조금이 지급되고 이후 9개월간은 월 300유로만 지원된다. 무엇보다 창업을 위한 상담과 교육이 충분히 지원된다.
창업 자질 넘어 직무·산업에 대한 준비
독일 제도의 핵심은 가능성 심사와 성공을 위한 지원이다.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은 상공회의소 수공업협회 등 전문기관이 평가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고용청은 다른 취업 경로를 권하거나 상담·교육을 통해 계획이 보완될 때까지 창업 지원을 유보한다.
이렇게 지원이 결정된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한다. 독일 ‘노동경제연구소(IZA)’(2012~2015년)는 실업자 창업지원 수당을 받은 기업의 4.5~5년 생존율을 60~70%로 분석했다. 이는 독일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일반 신규 중소기업의 5년 생존율(45~55%)보다 높다.
독일식 실업자 창업에서 중시되는 역량은 단순한 ‘창업가적 자질’이 아니다. 직무·산업 경험과 직업적 자율성, 기초적인 경영·재무 이해처럼 노동시장 내부에서 축적된 능력이 핵심이다. 대규모 실업자 창업 지원이 이뤄졌던 2000년대 연방고용청은 상담과 교육이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는 없다며 실업자 창업 지원은 어떤 실업구제정책보다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의 실업자 창업 지원 정책이 보여주듯 제도적 안전망과 체계적 준비 과정을 갖춘다면 창업은 위험이 아니라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청년 창업은 전문가와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일자리 부족 시대의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