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흔들리는 북미 자동차 공급망
무역협정 파기 위협·고관세
온타리오 윈저시 직접 피해
한국 차산업도 영향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북미 자동차산업을 뒤흔들면서 캐나다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온타리오주 윈저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북미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무역협정 파기 위협, 캐나다 자동차도시 압박’ 기사에서 “미국정부의 관세·전기차정책 변화로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매출 급감과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 업체에 금형을 공급하는 얀 엔지니어링은 최근 매출이 약 70% 감소했다. 직원도 수십 명 해고됐다. 이 회사 대표 루이스 얀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42년 동안 사업을 해왔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고,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소재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캐나다 상품에도 고관세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부품업체 수주가 급감했다. 실제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프로젝트 일부가 취소되면서 관련 금형 제작 업체들이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7월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더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 협정을 “더 이상 의미 없는 협정”이라고 언급하며 3자 협정 대신 양자 협정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2026년 보고서에서 캐나다 제품에 대한 미국 평균 관세율이 1년 사이 0.1%에서 5.8%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경제 성장률 전망은 2025년 1.7%에서 2026년 1.1%로 낮아졌다.
북미 자동차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게 통합된 공급망을 갖고 있다. 1965년 미·캐나다 자동차 협정 이후 자동차 부품은 생산 과정에서 최대 8차례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할 정도로 협업이 잘 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화 과정에서 캐나다로 이전된 자동차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58%로 최근 4년 내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부 자동차 기업들은 생산 투자 방향을 미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스탤란티스는 미국 공장에 약 13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생산량을 50%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캐나다 온타리오 브램턴 공장은 생산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캐나다 부품업체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보다 더 큰 문제로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지목한다. 중국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원자재 비용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자동차산업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통합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글로벌 자동차산업 전체에도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자동차 수출 중 미국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경우 △현지 생산 확대 압박 △부품 공급망 재편 △관세 부담 등이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현지생산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