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 중동 변수,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초기 대응 능력에 따라 ‘악재’가 ‘호재’로 바뀔 수도
문재인정부, 2020년 코로나 이후 21대 총선 ‘압승’
“장기화로 주가 손실 커지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오기형 “최악 시나리오까지 마련해야 경제심리 안정”
하지만 이번에는 주가 하락 등으로 유권자들의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두 달 만에 미국-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유가가 안정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엔 주식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10일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중동 사태가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부 충격에 대해서는 대체로 국론이 모아지면서 정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 총선 직전에 터진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재인정부의 빠른 대처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 최소화에 나선 점을 주목했다. 당시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이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무역 갈등이 커진 상황이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에 중국에서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 20일에 나왔다. 사망자와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마스크 확보, 격리 등 강력한 초기 대응이 호평을 받으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13~14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59%로 뛰었다. 1월 첫 주 47% 이후 1월 다섯째 주엔 41%까지 하락했지만 3월 둘째 주엔 49%로 오르더니 50%대를 이어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총선 직전엔 60세 이상을 포함한 모든 세대에서 긍정률이 부정률을 앞질렀다.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54%가 ‘코로나19 대처’를 꼽았다. 민주당은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163석, 비례(위성정당) 17석 등 전체 300석 중 5분의 3인 180석을 확보했다. 초기 위기관리 능력이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악재’가 ‘호재’로 작동한 셈이다.
그러나 ‘중동 사태’가 ‘코로나’와는 다른 측면도 적지 않다. 코로나 역시 집합금지와 격리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졌지만 일반 대중의 민생에는 직접적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동 사태는 유가, 환율 상승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휘발유 가격 등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가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주가 등 민생에 미치는 치명타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될 경우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부동산에서 주식 투자를 부추겨온 현 정부에 대해 청년들의 빚투 문제 등이 부각되면 현 정부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는 생물이고 변수가 많다는 측면에서 중동 사태의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토록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차분하지만 치밀하게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가정하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주치들의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중동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 최고가격제 도입’ 등을 지시하고 휘발유 가격 부당 인상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함께 추경 편성 가능성도 내비쳤다.
민주당은 연일 상임위별로 당정회의를 통해 중동 사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또 이날엔 중동 사태 경제대응 TF를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 중동 사태에 대한 문제들을 정부와 함께 여당이 강도 높게 대비하고 대응하고 있다”면서 “특히 주가 하락에 따른 청년들의 ‘빚투’ 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