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통화정책 둘러싼 환경 변화와 대응

2026-03-11 13:00:02 게재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하면서 9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견인에 힙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에서 2.0%로, 물가상승률은 2.1%에서 2.2%로 소폭 상향조정됐다.

실물부문이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용방향은 금융안정 여부에 달려 있다.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부동산 환율 주식이다. 부동산시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 등 강도 높은 세제 및 금융정책에 힘입어 한국은행의 2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08로 전월(124) 대비 16p 하락하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안정세 접어든 부동산,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외환시장

환율은 대미투자, 글로벌 관세,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환율은 2월 들어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로 관세부담이 줄어든 덕에 1430원대로 하락했다. 상호관세가 글로벌 관세로 대체되긴 했지만 15% 이상 부과되지 않는다면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대미투자(3500억달러) 합의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환율을 끌어올린 만큼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계속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 연준은 당분간 정책금리를 동결하겠지만 5월에 의장으로 취임할 케빈 워시의 성향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과거 연준이사로 재직할 당시의 의사결정에 비추어보면 매파적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2008년 미국을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건지기 위해 여러 차례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2011년 워시는 이를 연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2차 양적완화를 반대하고 이사직을 사임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연준의장 지명을 받은 후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크지 않다며 정책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연준 이사 때와는 다소 상반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취임 후 인플레이션 통제에 성공한 윌리엄 마틴의 길로 갈지,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한 아서 번즈의 길로 갈지는 미지수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연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대미투자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통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해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경우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중립금리 수준으로의 추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2월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점도표로 6개월 후 금리전망을 제시했는데 대다수 동결과 일부 인하가 공존하고 있다.

한편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AI 산업이 주도하는 주식시장 과열이다. AI 투자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AI 거품론이 현실화된다면 2000년대 초 닷컴버블에 비견되는 큰 조정이 올 수도 있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는 주린이의 투자수익률이 펀드매니저의 투자수익률을 웃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기에 주식버블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필자만의 느낌일까? 미 연준은 닷컴버블 시기에 버블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 이후 3년 동안 정책금리를 무려 400bp 이상 인하했다. 만일 주식시장에 큰 조정이 온다면 통화정책은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라설 것이다.

새로운 시험대, AI 거품론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그런데 갑자기 대형 돌발변수가 생겼다. 2월 28일 미국이 전격적으로 이란을 공습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단기간에 끝날 것 같던 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WTI)도 80달러 위에서 등락을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3월 들어 코스피와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유가급등으로 물가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갈수록 통화정책 운용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황 성 전 한국은행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