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15곳 중 6곳만 특조금 공개

2026-03-11 13:00:02 게재

국민권익위 4년여 전 개선 권고

특조금 규모 큰 서울·경기 외면

경기도의회발 ‘지능형교통체계(ITS) 뇌물비리 사건’으로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운영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제도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특조금 문제는 경기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오래 전부터 제도개선 요구가 제기돼 왔다. 이미 4년여 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특조금 실태 점검을 통해 특조금을 운영하는 15개 시·도에 제도개선을 권고했지만 이를 이행한 시·도는 6곳에 불과하다.

◆권익위, 특조금 부실운영 사례 무더기 적발 = 권익위가 지난 2021년 전국 시·군·구 90곳의 특조금 운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259억원이 부적정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포상금·국외출장·워크숍 경비로 20억여원, 민간 아파트 외벽도색과 개인·법인·단체 소유상가 및 사립학교 시설공사 등에 195억여원이 집행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광역 시·도 15곳과 시·군·구 226곳을 대상으로 제도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사업신청 과정에서 지원 금지사업 여부 등 검토 부실, 특조금 제도운영 과정에 민간 전문가 등 외부인사 참여 절차 부재, 교부사업 추진현황·사업조건 이행 등 사후점검 및 관리 부실 등이다. 연말에 교부받은 특조금을 다음해 추경예산 편성 전에 미리 사용해 지방의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하거나 교부사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부실 운영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이 무더기로 지적됐다.

권익위는 당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업 신청 전 제한사업 해당여부 등 점검기준 도입 △외부 민간위원 참여 특조금심의기구 신설 △교부사업 정보공개 확대 및 법적근거 명시 등의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권익위는 “제도개선으로 그간 지자체 쌈짓돈이란 오명을 받아온 특조금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며 “지자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더욱 노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도지사가 배분 결정 = 하지만 광역 지자체와 지방의회 다수가 이를 외면했다. 내일신문이 최근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시·도 15곳의 특조금 배분조례를 확인해 보니 권익위 권고를 이행한 곳은 경북도와 인천·대구·경남·전남·전북 6곳에 불과했다. 특조금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큰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충북, 강원, 대전, 부산, 충남, 울산, 광주 등 9곳은 특조금 심의 위원회 설치나 정보 공개 근거를 두지 않고 있다.

한해 특조금 규모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경기도의 경우 관련 조례에 ‘도지사는 시장·군수가 일정 요건에 따라 특조금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심사해 배분한다’고 돼 있다. 특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은 지역개발사업이나 둘 이상의 시·군이 추진하는 사업, 재해로 인한 특별한 재정수요, 취득세·레저세 등 도세징수실적이 우수한 경우, 일반조정교부금이 시·군 간 재정형평화 기능을 못할 경우 등이다. 다만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기준을 정해 배분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달려 있다. 사실상 도지사가 특조금 배분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 같은 내용은 모든 시·도가 비슷하게 적용하고 있다.

◆지방의회 반대로 정보공개 확대 무산 = 반면 권익위 권고대로 조례를 개정한 6곳은 ‘특별조정교부금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특조금 교부·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 또는 자문하기 위해 설치하며 민간위원이 과반이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도지사가 전년도 특조금 교부사업에 관한 정보를 매년 누리집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공개하는 정보에는 ‘시·군명, 교부일자, 사업명 및 사업내용, 교부액,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포함된다.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특조금위원회 기능이 자문에 그칠 수 있지만 배분액과 사업내용 등을 모두 공개해 특조금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24년 10월 특조금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정교부금 배분조례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도의회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해당 조문을 삭제, 개정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도의원들도 특조금에 대한 영향력 저하 등을 이유로 정보공개 확대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특조금위원회 설치는 지방자치법령에 정하는 자문기관(위원회)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관련 법령에 위원회 설치 근거가 마련되면 설치가 가능하다”면서 “정보공개 범위확대는 의회에서 한차례 조례 개정이 무산됐으나 최근 의원발의로 재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하고 집행하는 권한은 소관기관에 있고 제도개선 시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정 등을 거쳐야 해 상당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면서도 “권고사항이 소관 기관의 관심이나 추진 의지 부족 등으로 이행되지 않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정기점검, 컨설팅 등을 통해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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