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 앞두고 주총 표대결 예고

2026-03-12 13:00:04 게재

소수주주 권한 확대 앞두고 지배구조 재편…기업 경영권 대응 vs 행동주의 펀드 공세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소수주주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도 지배구조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기업에서는 기업과 주주 간 표 대결도 예고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 시즌의 대표적 격전지로는 고려아연이 꼽힌다. 고려아연은 이사 선임 규모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문제 등을 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한다. 특히 소액주주 동의서 확보 과정의 적법성 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기업들에서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들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개정 상법 시행으로 소수주주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행동주의 진영이 의결권 결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진영은 주주제안과 공개 서한을 통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지분 0.67%를 보유한 상태에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과 자사주 매입·소각, 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DB손해보험에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 수립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했고 코웨이와 덴티움, 가비아, 솔루엠 등에도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KCC에 삼성물산 주식 유동화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았다.

시민단체도 공세에 가세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들의 정관 변경 움직임이 상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사 정원 축소와 임기 연장은 집중투표제 취지를 약화시키고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진영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들도 지배구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 구조 조정과 정관 변경 등을 통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상정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역시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사 정원을 줄이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사 정원 상한을 16명에서 7~9명으로 축소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갤러리아는 13명에서 7명으로, LS일렉트릭은 9명에서 5명으로, 셀트리온은 15명에서 9명으로 이사회 규모를 줄이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이사 수가 줄면 집중투표제 시행 이후에도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위원 선임 방식 변화에 대비한 대응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2명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감사위원 3명 가운데 1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면 위원 수는 4명으로 늘어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환경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개정 상법은 소수주주 권한 강화와 이사회 견제 기능 확대를 핵심으로 한다. 오는 7월 23일부터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확대 시행된다. 9월 10일부터는 감사위원 가운데 최소 2명을 분리 선출해야 하고 소액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도 의무화된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가 도입되면서 자사주 처리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SK는 최근 5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상 목적 자산으로 분류해 보유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주총 일정도 잇따라 잡혀 있다. 삼성전자가 18일 정기 주총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25일)·SK(26일)·LG(26일), 한화(26일) 등 주요 대기업 주총이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총이 개정 상법 시행 이후 기업 지배구조 판도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성 율촌 변호사는 관련 세미나에서 “주주총회 제도 변화와 소액주주 권한 강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단기 대응을 넘어 투명성과 장기적 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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