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범 수사상황실 전국 가동

2026-03-18 13:00:12 게재

딥페이크·금품수수 등 5대 선거 범죄 집중 단속

경찰 중심 수사체계 전환 … 디지털 범죄 대응 강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전국 단위 선거범죄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인공지능 기반 가짜영상(딥페이크) 등 새로운 범죄 유형이 확산되면서 선거범죄 대응이 현장 단속 중심에서 디지털 수사 중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8일 전국 280개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선거일까지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황실은 경찰청과 18개 시도경찰청, 261개 경찰서에 동시에 설치됐다.

경찰은 선거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를 △흑색선전 △금품수수 △공무원 선거 관여 △불법 단체동원 △선거폭력 등 ‘5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다. 특히 허위사실 유포와 조직적 동원, 금품 제공 등 전통적 선거범죄에 더해 디지털 기반 범죄 대응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되는 영역은 딥페이크를 활용한 허위정보 유포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로 실제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해 영상 형태로 구현되는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유권자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의 발언을 조작한 영상이 유포되거나 음성을 합성한 전화 메시지가 확산된 사례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합성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사례가 있어 선거 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실 확인 없이 확산되는 정보가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대량으로 확산되는 구조는 딥페이크 영상과 결합될 경우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영상이 사실 확인 이전에 이미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선거 막판에 유포될 경우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 초기 차단과 신속한 수사가 핵심 대응 과제로 꼽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전문 수사 인력을 투입해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자와 최초 유포자까지 추적할 방침이다. 선거운동 목적의 딥페이크 영상은 이달 5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선거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허위사실 공표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금품 제공이나 조직적 동원은 당선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허위정보 유포는 단순 게시자뿐 아니라 최초 제작자와 유포 경로 전체로 책임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선거범죄 수사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검찰 수사 기능 축소 논의와 맞물려 사실상 경찰 중심 수사 체계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선관위·검찰 등 관계기관과 협업을 유지하면서도 수사 전반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권 집중에 따른 책임 구조와 견제 장치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선거범죄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과 직결되는 만큼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장 단속 대상인 5대 선거범죄 유형도 구체화되고 있다. 흑색선전에는 허위사실 유포와 딥페이크 영상 제작·유포가 포함되며, 금품수수는 현금이나 물품 제공뿐 아니라 식사 제공 등 간접적인 방식도 단속 대상이다. 공무원의 선거 관여나 조직적 인력 동원, 후보자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행위도 포함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모의 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경찰은 신고 활성화를 위한 제도도 운영한다. 선거범죄 신고자의 인적 사항은 법에 따라 보호되며, 중요 제보의 경우 최대 2억원까지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 이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금품수수나 조직적 동원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사범 4076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고 이 중 1650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허위정보 유포 사건이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되면서 초기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공정한 선거 환경 조성을 위해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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