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

2026-03-24 13:00:01 게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몇몇 인사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북한이 이미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국장 엘렌 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2006년 10월 이전 10여년 동안 미국은 북한이 수도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반복해 말했다. 엘렌 김의 논리는 이 논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의 노틸러스 연구소(Nautilus Institute)의 2010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장사정포는 별로 위력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2006년 10월 이전 미국이 의지만 있었다면 북한을 공격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이는 당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북한의 존재가, 특히 핵무장한 북한의 존재가 동북아지역 세력균형 측면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 붕괴는 미국도 중국도 원하지 않아

1848년 영국 외무장관 파머스턴(Henry John Temple Palmerston)은 “무정부상태의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국도 우방국도 없으며 국익만이 영원하다”며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세력균형”이라고 주장했다. 파머스턴은 세력균형 유지 차원에서 “어제의 적국이 오늘의 우방국이, 어제의 우방국이 오늘의 적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머스턴은 국가는 자국의 경쟁국과 비교해 우월한 세력을 유지할 때만이 자국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심해 이란을 공격한 이유는 이란이 중동지역에서의 세력균형과 지구적 차원의 세력균형을 동시에 흔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란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확보하는 경우 이스라엘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란 미국의 구상이 도전받게 될 것이다.

한편 이란은 ‘페트로 위안’을 외쳤는데 이는 ‘페트로 달러’에 기반을 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성격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이란과 달리 핵무장한 북한을 동북아지역 세력균형 측면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공격으로 북한이 붕괴하거나 북한이 핵무기를 상실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남한 중심으로 한반도가 통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통일 한반도에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직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었다고 생각한 많은 한국인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쳐대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태지역 세력균형이 요동칠 것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주일미군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철수하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세력이 대거 약화할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한국인들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염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중국에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국가안보는 최악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북한 공격 여부를 결정할 당시 미국이 통일한반도에 미군을 주둔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중국은 미국의 공격으로 북한이 붕괴한 이후에도 통일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이는 미국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어렵게 할 가능성으로 인해 북한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란 의미다.

한반도 지정학이 만드는 ‘세력균형’

한반도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란 4강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구상 유일 지역이다. 이들 국가는 한반도에 대한 모든 영향력이 자국의 적성국으로 넘어가는 경우 자국 안보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붕괴하면 한반도 전체가 자국의 적성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그러한데 어떻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겠는가.

권영근 국방개혁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