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 이르면 25일 임명
국회 재경위, 오늘 박홍근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논의
4월 추경 20조원+α가시화 … 빚 안내고 초과세수 활용
올해 1월 출범해 3개월여 ‘장관 공백’ 상태였던 기획예산처가 이르면 25일 초대장관을 맞아 정상 가동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2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한다.
앞서 국회 재경위는 전날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청문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야당 측 의원들이 박 후보자를 향해 “검소하게 살아온 것 같아 질의할 내용이 없다”(이인선 의원), “후보자께서 자기 관리를 잘한 것 같다”(유상범 의원)며 호평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여야가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박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25일 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가 장관직에 취임하면, 옛 기획예산처(1999~2008년)까지 포함해 외부·비관료 출신의 정치권 인사가 예산당국 수장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
◆재정 패러다임 전환 예고 = 전날 열린 박 후보자 청문회는 개인신상 검증을 넘어 중동발 에너지 쇼크와 3고 위기 속에서 이재명정부 초대 재정 컨트롤타워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가늠하는 정책 시험대였다. 여야는 이날 10시간 넘게 이어진 청문회에서 향후 예산배분과 재정정책 방향 등을 놓고 진지한 공방을 이어갔다.
박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단순한 예산 배분의 관행을 혁파하고 국가적 우선순위에 기반한 전략적 자원배분을 위해 실질적인 ‘톱다운 예산제도’를 정착시키겠다”며 “부처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되 철저한 ‘성과 중심의 평가’를 통해 한 치의 예산 낭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재정 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과거에 안주할 것인지 대도약을 이룰 것인지 결정짓는 중대한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박 후보자는 ‘따뜻하고 유능한 재정운용’을 기획처의 핵심 정책방향으로 소개하며 ‘재정의 선제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은 위기 시 국민 삶을 지키는 최후 보루이자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관료조직이 고수해온 ‘보수적인 예산편성 관행’을 깨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 전환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집중투자를 약속했다.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위한 민생 타깃형 예산 배분도 약속했다. 이는 재정을 경제 역동성을 살리는 투자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이재명정부의 확장재정철학과 일맥상통한다.
◆4월 민생추경 집중 질의 = 청문회 최대 쟁점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재정 건전성 훼손을 우려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정교한 재원 대책’으로 맞섰다. 그는 4월 내 추경안의 국회 제출을 공식화했다. 규모는 2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폭등이 민생 경제를 덮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재원조달 방식이다. 박 후보자는 적자 국채 발행은 최소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1월 관리재정수지가 11조300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세수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예상되는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을 활용해 나랏빚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는 실용적 확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지원 대상 역시 보편 지원보다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화물 운송업자 소상공인 농어민 등 취약계층에 유가 보조금과 지역화폐 지원을 집중하는 핀셋 추경을 예고했다.
◆ 5극 3특 체제 국토 균형발전 예산 대수술 = 박 후보자는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를 위한 구체적인 예산 배분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핵심은 5극 3특(5대 권역, 3대 특별자치권) 메가시티 전략이다. 그는 성장의 과실이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지방의 골목골목까지 닿아야 한다며 초광역 협력 사업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자율형 포괄 보조 예산을 확대해 지방정부가 스스로 미래 산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정분권의 기초를 닦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앙정부 주도의 시혜성 예산 배분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생적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강조했다. 지방소멸 위기를 재정투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홍근호의 과제는 = 박 후보자는 대전환의 파고 속에서 소외된 장애인 비수도권 주민 소상공인들을 위해 사회안전 매트를 더욱 두텁게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모두의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야당의 포퓰리즘 공세를 극복하고 4월 추경안을 적기에 통과시켜야 한다. 석유최고가격제 등 강력한 시장개입 조치가 부작용 없이 안착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난제도 놓여 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국가의 곳간은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며 국리민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박 후보자가 이끄는 기획예산처가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어 한국 경제의 새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