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D-6개월…수사 재편 시험대

2026-03-24 13:00:04 게재

검찰 수사 분리 본격화 … 이첩 기준·기관 협력체계 구축 관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사권 재편이 시험대에 올랐다. 검찰 수사 기능을 분리하는 개편은 형사사법 체계 변화 흐름으로 평가된다. 다만 사건 이첩 기준과 권한 경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도 안정성과 현장 작동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안 처리 지연으로 준비 기간이 줄어들면서 초기 수사 공백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중수청 설치법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됐다. 당초 계획보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출범까지 남은 기간은 짧아진 상태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폐지되는 검찰청의 수사 기능을 넘겨받는다.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범죄를 담당한다.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분리돼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구조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한 집중을 완화하고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 변화의 성패는 권한 배분 이후에 달려 있다. 중수청은 사건 이첩 요구권을 갖지만 수사 범위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기관 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경제범죄 사건에서 중수청과 경찰이 각각 수사에 착수할 경우 관할과 이첩 기준에 따라 역할을 나눠야 한다. 수사기관 간 권한 배분의 큰 틀은 마련됐지만 사건 이첩 기준과 조정 절차 등 세부 운영 기준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법안은 검사의 수사 개입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수사 독립성은 강화됐지만 기존 조정 기능은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중수청과 경찰 간 협력 체계를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사권 분산이 현장 혼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개청준비단을 구성해 조직 설계와 제도 정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준비단은 청사 확보, 사건 기록 이관, 수사 시스템 구축, 인력 채용 등을 맡는다. 시행령과 임용령 등 하위법령 마련도 병행한다.

다만 준비 기간 부족은 부담이다. 하위법령 마련에 통상 6개월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법령 정비와 조직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제도 설계와 조직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초기 수사 공백이나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력 확보도 핵심 변수다. 중수청은 공개채용과 경력채용을 병행하고 검찰 인력 일부를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직 규모와 인력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맡아온 6대 범죄 수사 경험을 얼마나 원활하게 이전할 수 있느냐가 초기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인력 유입이 제한될 경우 수사 역량 저하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사와 예산 역시 구체화 단계다. 기존 검찰청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예산은 검찰청 예산 일부를 전용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조직 규모와 기능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운영 단계에서 추가 재원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장과 법조계, 학계는 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설계 보완을 주문한다. 특히 사건 이첩 기준과 수사 역량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수사 범위가 겹치는 영역에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중복 수사나 사건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 경험을 어떻게 이전하고 조직 내에 안착시키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은 제도적으로 필요한 흐름이지만 사건 이첩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기관 간 협력 체계와 조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이첩 기준과 공동수사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행안부는 개청 전까지 사건 이첩 기준을 마련하고 경찰과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건 처리 기준과 협력 방안을 충분히 논의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사권 재편은 시작됐지만 제도 설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도 설계와 실행 준비의 완성도가 형사사법 체계 안정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김신일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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