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중동전쟁의 파고, 어떻게 대비하나

2026-03-25 13:00:04 게재

중동전쟁이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봉쇄되면서 군사적•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4일 중동전쟁 파병 문제와 관련해 “물밑에서 여러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력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중동전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의무이행 밖의 문제다. 다만 전통적 우방을 도와야 한다는 신뢰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파병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병은 미국의 중동전쟁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앞마당’을 차지하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격이다. 시카고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존 J. 미어샤이머의 경고다. “국제관계에서 위기관리의 최우선 순위는 핵심 전략 지역에서 힘의 공백을 차단하는 것”이라 했다. 국가 방위의 핵심인 전략적 방위력을 함부로 주변부 분쟁에 투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동아시아 핵심 전략 공간에서 ‘전쟁 억지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파병은 한반도 안보 균형 흔드는 중대사안

한국의 지정학적 전략가치는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중요하다. 대만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대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과 육로로 맞닿아 있다. 그 배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세 나라는 모두 핵전력을 보유하거나 그에 준하는 강력한 군사적 위협이다. 다층적 위협 구조다. 이 같은 구도하에서 군사력을 빼는 것은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미국의 외교 전략가 헨리 키신저는 “국가 간의 갈등은 과도한 개입보다 전체 전략 환경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국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게 된다. 한국도 힘의 균형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새로운 전장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이 대(對)이란 전쟁에 개입하는 순간, 북한·중국·러시아는 그들의 우방 이란을 돕기 위한 명분으로 군사 협력에 나설 것이다. 핵으로 무장한 3국의 군사협력은 한반도에 새로운 전선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형적인 ‘안보딜레마’ 상황이다. 파병이 공격적 신호로 인식되면서 군사 대결로 증폭되는 것이다.

국제정치의 최종 지향점은 국익이다. 국익을 희생하면서 모든 전선에 동시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는 결정은 동맹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동맹 전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인 결단이다. 한국은 동북아 최전선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는 핵심축(린치핀)이다. 이 축을 대체할 국가는 없다. 동북아의 군사적 핵심축이 흔들리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치명적이다.

거듭 강조한다. 어떤 경우에도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축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지정학적으로 이 역할은 대체불가능하다. 그 자체로 동맹에 대한 중요한 기여다. 다른 차원에서 동맹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실질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미군 함정과 장비의 유지·보수를 한국이 담당하는 것이다. 미국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도 부합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수급의 다변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원은 중동 의존도가 너무 높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등으로 중동지역이 불안정할 경우는 출구가 없는 외통수다. 미국과 원자력 등 에너지 협력을 구체화하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안보전략의 일부다.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동시에 우리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반도 안정과 국민 안전 최우선 해야

정리하면 국제정치는 기본적으로 ‘힘의 질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방위력의 공백이 발생한다. 군사적 공백은 어떤 형태로든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 한국은 자유세계의 중추 국가로서 최전선을 방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먼저다. 동시에 동맹의 후방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균형축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중동전의 현실을 직시하고, 감성이 아닌 전략적 판단을 기반으로 미국 등 동맹과 연대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는 그 무게만큼이나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다. 한반도의 안정과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판단,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순간 한국이 내려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이다. 호르무즈 전쟁의 파고가 한반도를 삼키는 것은 막아야 한다.

김명전 칼럼니스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