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 대신 받은 아파트, 중과세 ‘위법’
법원 “채권회수 목적이면 예외”
재건축 미분양 물량 인수 정당
재건축 사업에서 공사대금 대신 미분양 세대를 넘겨받은 경우 이를 이유로 취득세를 중과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채권 회수를 위한 대물변제 취득이라면 중과세 예외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8-2부(조진구 부장판사)는 에이치에스건설이 서울 도봉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건설사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공사대금 대신 부동산을 넘겨받은 경우 이를 단순한 자산 취득으로 볼지, 채권 회수 과정으로 볼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건설사는 2015년 7월 재건축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일반분양이 지연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고, 조합은 2017년부터 2018년에 걸쳐 공동주택 15세대를 대물변제로 넘기며 소유권을 이전했다.
건설사는 2015년 본점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 수원으로 이전했고, 과세관청은 해당 취득이 법인의 대도시 이전 이후 5년 내 취득에 해당한다며 2022년 8월 취득세 등 2500만원을 부과했다. 건설사는 “미분양으로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대물변제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주장한 반면, 과세관청은 “사실상 일반분양 사업과 동일한 구조로 투자행위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의 핵심을 거래의 형식보다 ‘대물변제 취득의 실질’로 봤다. 재판부는 “미분양 물량을 대물변제로 취득해 처분함으로써 공사대금을 회수한 점에 비춰 보면, 해당 취득은 공사대금채권을 보전하거나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세법 시행령이 정한 취득세 중과 예외사유에 해당하고 이를 전제로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도급계약이 ‘확정지분제’ 구조라는 사정만으로 공동사업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건축사업의 시행 주체는 조합이며 시공사는 제한적 역할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 완료로 이미 공사대금채권이 성립한 상태에서 미분양으로 현금 회수가 어려워진 경우 대물변제는 합리적인 채권 회수 방식”이라며 “채권 보전·행사 목적의 취득을 불량채권에 국한해 해석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