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문제 해결 핵심수단 부상한 ‘공공기여’
개발이익 사회환원 확대, 도시균형 기여
도로·기반시설 넘어 시민 삶의 질 개선
공공기여가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장치를 넘어 도시 전반의 균형발전을 이끄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4일 서울시는 공공기여가 도시 발전에 끼친 영향과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도시공간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를 주최한 안대희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공공기여는 개발이 있는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가치”라며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 제공에서 생활밀착형 지원으로 =
시에 따르면 공공기여 제도는 도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 혼잡, 기반시설 부족 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초기에는 도로·공원 등 물리적 기반시설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도시가 고도화되면서 역할도 빠르게 확장됐다.
현재 공공기여는 건축물 형태의 공공시설, 현금 기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사회복지시설·체육시설 등 생활밀착형 인프라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발 부담’의 개념을 넘어 도시 문제 해결 수단으로 기능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현대차 GBC 개발은 공공기여의 진화를 보여준다. 대규모 개발로 인한 교통 부담과 도시 기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도로 개선, 보행교 신설, 복합개발 등 다양한 인프라 확충이 병행됐다. 이는 공공기여가 개발의 부작용을 상쇄하는 동시에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 균형발전 핵심 정책 = 공공기여의 가장 큰 변화는 ‘공간적 확장성’이다. 특정 개발지 중심에서 벗어나 도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공공기여를 통해 지역 간 공공시설 격차를 줄이고 시민 체감도가 높은 시설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는 공공기여 정책의 방향을 크게 바꾸고 있다. 고령화와 중장년층 증가로 인해 노인복지시설, 커뮤니티 공간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여를 활용해 이러한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 확보’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도 함께 강조된다.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해갈등 조정 통해 공공성 확보 = 재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노인복지시설 갈등은 공공기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일부 단지에서 노인데이케어센터 건립에 대한 반대가 거세게 일었지만, 서울시는 공공성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당시 서울시는 노인복지시설 도입을 거부하는 단지에 대해 신속통합기획 적용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책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공공기여가 단순 협상 수단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균형과 미래를 위한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같은 대응은 공공기여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지켜낸 사례로 꼽힌다.
◆제도 고도화 과제도 남아 =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남아 있다. 공공기여와 기부채납 등 유사 개념 혼용으로 인한 혼선, 지역 수요와 맞지 않는 시설 공급, 사후 관리 미흡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법적 개념 정립과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여 시설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공급 단계 검증 체계 마련 등 제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궁극적으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균형 있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기여 10년’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열고 제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했다. 공공기여를 도시 공공성 실현의 핵심 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도 재확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여는 민간 개발과 도시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균형있게 공급하고 공공기여 제도가 도시발전에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