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폭염 호우 가뭄 ‘복합 기후재난’ 강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 기후위기 시대 심화 확인 … WMO “온난화 3년 연속 최고 수준”
△역대 최대 산불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 △기록적 집중호우 △108년만의 극심한 가뭄. 지난해 대한민국이 겪은 복합 기후재난 현황들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극한기후가 겹치며 ‘기후위기 시대’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상청과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26일 발간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효과적 대응 방안 수립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이번 보고서는 기상청을 비롯한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0개 부처, 21개 기관에서 △산불 △폭염 △호우 △가뭄 등 2025년에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과 분야별 영향 및 대응 현황을 담았다.
2025년 가장 큰 피해는 산불이었다. 2025년 3월 21~26일 전국에서 대형 산불 5건이 동시에 발생해 총 산림 10만5084㏊가 불탔다. 이는 축구장 14만7100개를 합친 면적 보다 넓다. 역대 최대 산불 피해 기록이기도 하다. 당시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3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반면 경북 지역 습도는 평년보다 15%p 가량 낮았다. 고온 건조한 공기에 강한 서풍까지 더해지며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2025년 3월 25일 일최대순간풍속은 △하회(안동) 27.6m/s △옥산(의성) 21.9m/s △단북(의성) 20.4m/s 등이었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뒤이어 찾아온 여름 역시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확장하면서 2025년 6월 말부터 한여름 날씨가 시작됐다. 7월 하순에는 티베트고기압까지 겹치며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이 25.7℃로 1973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미(55일) 전주(45일) 등 20개 지점에서 폭염일수 최다 기록이 경신됐다. 고산지대인 대관령(2025년 7월 26일, 33.1℃)에서도 처음으로 폭염이 관측됐다. 고온 현상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보령 완도 등에서는 낮 기온이 30℃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4460명(사망 29명)으로 전년 대비 20.4% 증가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사이 강수는 단기간에 집중되는 형태로 나타났다. 가평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00㎜를 넘어섰다. 7월 17일 광주광역시에는 하루 426.4㎜의 기록적 호우가 쏟아져 도심이 침수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1307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의 1.8배에 달했다.
반면 강원 영동지역은 다른 극단을 경험했다. 영동지역 여름철 강수량이 평년의 34.2%에 그치며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준공 후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져 제한급수가 실시됐다. 또한 농작물 158.8㏊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복합 재난은 대한민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5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4℃ 상승해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 안에 포함됐다. △2023년1.45℃ △2024년 1.55℃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가파른 상승 속도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다양한 이상기후를 발생시켰고 이는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산불로 기록된 미국 로스엔젤레스(LA) 대형 산불(1월)과 △3.92m의 기록적인 적설량을 기록한 일본의 폭설(2월) △극한 강수 발생으로 국가적 재정 부담이 가중된 파키스탄 홍수(6~7월)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2025년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기후재난에 직면했고 기후변화로 그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통해 실효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