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강석진 경상국립대 건축학과 교수(한국셉테드학회 학술부회장)
국민의 안전, K-범죄예방을 위한 환경디자인(CPTED)에서 답을 찾자
셉테드는 ‘적절한 환경설계와 주민들의 효과적인 사용이 범죄·불안감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정의된다. 1세대 셉테드가 환경 정비와 패쇄회로(CC)TV나 보안등 같은 단순한 방범 시설물 설치에 초점을 뒀다면, 2세대 셉테드는 물리적 환경개선과 함께 주민참여 기반의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지역 사회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사회적 환경개선으로 진화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3세대 셉테드의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K-CPTED는 ‘경관 디자인 중심의 가로환경 개선사업과 건축물의 범죄예방 건축기준 적용 및 인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경관 디자인 중심의 사업은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2012년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일명 소금길 프로젝트)에서 노후 경관 정비와 함께 CCTV나 비상벨, 112신고를 위한 위치번호 등 방범 시설물의 시인성을 높인 뒤 주민들의 모임 공간과 시설물을 설치한 결과, 범죄 및 불안감은 감소하고 지역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범죄, 건축, 디자인, 심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력과 함께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환경개선 전략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K-CPTED 가운데 가장 실효적이며 국민 안전에 파급 효과가 높은 것은 법무부의 지역별 맞춤형 범죄예방 컨설팅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황분석, 계획수립, 현장시공, 유지관리’로 진행되는 셉테드 사업단계를 표준화한 뒤 컨설팅을 신청한 지역의 주민 의견 수렴과 현장 조사, 범죄자료 분석 결과를 종합해 범죄 취약 요인을 규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이 중심이 된 안전지도 제작 및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환경개선 전략을 도출한다. 그 결과 컨설팅에 참여한 주민과 공무원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수요에 비해 셉테드 전문가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부 사례에서 예산 부족과 전담 조직 부재 등으로 일회성 셉테드 사업이 많아지고 유지관리가 되지 않아 다시 범죄가 반복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만병통치약처럼 언급되는 셉테드가 임시 방편용 정책으로 소모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법무부 소관 대통령훈령에 머물러 있는 셉테드 근거 규정을 법률로 격상하고 제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 조성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셉테드는 국민 안전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정책으로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추구하는 개인과 공동체 행복 실현의 전제 조건이 바로 ‘안전’이기 때문이다.
강석진 경상국립대 교수 / 한국셉테드학회 학술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