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민의힘 ‘20년 야당론’
최근 만난 국민의힘 출신 A는 ‘20년 야당론’을 대뜸 꺼냈다. 박근혜·윤석열정권 핵심부에서 일했던 A는 “보수정치는 상당기간 집권할 능력도 없겠지만, 집권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20년 정도 야당을 각오하면서 반성하고 쇄신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권력중독 증상을 참지 못하고 섣불리 재집권을 시도하면 진짜 ‘만년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촛불항쟁 후 내걸었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A가 펼친 ‘20년 야당론’의 골자는 이렇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보수정치는 반성과 쇄신 대신 아스팔트로 뛰쳐나가 분노를 표출하는 데 급급했다. 보수정치가 배출한 대통령이 왜 국정농단 주범으로 전락했는지, 보수정치는 왜 그의 일탈을 견제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지 않고 아스팔트에서 메아리 없는 함성만 내질렀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외인부대’ 윤석열을 영입해 단숨에 정권탈환에 성공했다. 보수정치의 체질은 바꾸지 않은 채 그럴듯한 얼굴마담을 내세워 불과 5년 만에 집권한 것이다. 보수의 성급한 선택은 패착이었다. 윤석열은 위헌·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결국 탄핵당했다. 결과적으로 보수정치는 두번 연속 헌법과 민심에 의해 심판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성과 쇄신은 없었다. 대표 보수정당 지도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아스팔트로 나선 가짜 보수세력을 옹호하고 있다.
두 번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보수정치는 고립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의 절반도 안된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뺏긴 데 이어 대다수 지방정부까지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의 ‘20년 야당론’은 보수정치가 성급하게 정권교체를 욕심낼 때가 아니라, 집권해서 제대로 국정운영할 수 있는 자질과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20년 야당을 각오하고 제대로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1순위 쇄신대상은 사람이다.
지난 26일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현황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 1인당 평균 재산은 무려 59억7000만원이었다. 민주당(21억4000만원)의 두 배를 넘고, 일반국민 평균(5억4000만원)의 10배 이상이다. 국민보다 10배 넘는 재산을 가진 판검사·변호사·고위공무원·CEO·교수 출신 기득권 의원들이 서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기득권 의원들에게 정치는 국민을 위해 땀 흘리는 ‘노동’이 아니라 돈 잘 버는 본업 이외의 ‘고급 취미’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힘은 이번에야말로 작심하고 변하길 권한다. 이번에도 권력중독 증상을 참지 못하고 ‘집권 비법’만 찾아 헤매다간 진짜 ‘20년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