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특사경 수사는 믿을 수 있나
지난해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이 처리되면서 이제 검찰청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오는 10월 2일이면 검찰 수사권은 중수청으로 넘어가고, 기소권은 공소청이 맡게 된다.
검찰의 몰락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동안 검찰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굵직한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하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권력의 시녀’ ‘정치검찰’은 항상 검찰을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서 정치검찰의 폐해는 극에 달했다. 당시 검찰은 대선 맞상대였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배우자까지 탈탈 털어 법인카드 10만원을 사용한 내역을 문제삼아 기소하면서도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압수수색 한번 없이 한차례 ‘방문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김씨를 조사하기도 전에 불기소 문건을 미리 작성하는 등 검찰의 ‘봐주기’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검찰권 축소해야 하지만 범죄대응 약화 우려
이제 검찰권한 축소가 현실이 됐지만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개혁의 초점이 검찰권 견제에만 맞춰지면서 범죄대응과 피해자보호는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제정하면서 검사의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폐지했다. 당초 정부안에 담겼던 ‘중수청 개시 사건의 공소청 통보’ ‘공소청 검사의 중수청 입건 요구’ 등 조항도 최종안에서 빠졌다. 공소청 검사가 1차 수사기관의 수사에 관여할 여지를 원천차단한 셈인데 그만큼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 폐지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사경은 식품·의약·환경·노동·금융 등 분야에서 일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 업무를 맡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특사경의 형사사법 체계의 전문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검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특사경 인원은 지난해 기준 2만1263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경력 1년 미만이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사법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대검 연구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특사경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 7만2835건 중 기소로 이어진 건 3만2765건에 불과했다. 특사경이 수사한 사건 중 절반 이상은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는 얘기다.
그동안 특사경의 부족한 법률지식과 수사경험을 보완해 온 것이 검찰의 수사지휘·감독이었다. 이는 특사경이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대검이 개최한 특별사법경찰 운영책임자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수사초기부터 전담검사를 지정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검사와 특사경 간 신속한 의견교환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특사경만으로 범죄를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지휘·감독권은 폐지되고 특사경 규모와 권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근로감독관 1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특사경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신설되는 부동산감독원 직원 역시 특사경 지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규정을 개정해 다음 달부터 특사경에 인지수사권까지 부여한다. 이 가운데 건보공단과 부동산감독원, 금감원 특사경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검사의 지휘 없이 민간 분야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사경 절반이 경력 1년 미만, 통제방안 마련해야
특사경의 정치화 우려도 적지 않다. 지휘·통제공백을 틈타 행정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특사경이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한 검찰개혁이라도 그 결과가 부실한 범죄수사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결코 성공한 개혁이라 보기 어렵다.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를 단순히 기득권 수호 논리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검찰 지휘권이 사라진 1차 수사기관과 특사경을 어떻게 통제하고 견제할 것인지, 과잉·부실 수사와 인권침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보다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선우 기획특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