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칼럼
전쟁과 노래, 1963년과 2026년
아침마다 오르는 동네 산에 지난 주말부터 진달래가 꽃피기 시작했다. 잎도 피기 전 마른 가지에 피는 분홍색 진달래꽃은 서정적이다. '바위 고개 핀 꽃 진달래 꽃은/우리 님이 즐겨즐겨 꺾어 주던 꽃/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일제 치하 나라 잃은 서러움이 배어나는 애잔한 노랫말이다.
봄비가 내린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지금 한창인 목련꽃도 우수수 떨어지리라. 어렸을 적 시골 동네에는 자목련이 흔했는데 요즘에는 백목련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자목련을 보면 한동안 그 앞에 서 있게 된다.
필자가 사는 전주 근교에는 한달 전부터 하얀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연이어 노란 산수유가 피고, 개나리와 목련이 거의 함께 피었다. 마당에는 하얀 수선화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봄꽃들이 쉬는 간격 없이 거의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필자의 기억에는 재작년부터다. 자연이 똑 같은 패턴으로 순환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도널드 트럼프는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진행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반세기가 지난 뒤 '2026년'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기억할까. 중동전쟁을 기억할 것이다. 유가급등으로 고생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우울한 일들만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세기 뒤에도 기억될 '트럼프 중동전쟁'
뒤로 돌아가서 '1963년' 하면 떠오르는 일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필자는 전주에서 개최된 제44회 전국체전을 떠올린다. 5.16 군사쿠데타에 이은 민정이양이 몇 달 안 되었을 때여서 박정희 대통령도 개회식에 참석했다. 미국 사람들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떠올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링컨기념관 계단에서 행한 연설의 백미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기억할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프로퓨모 스캔들과 함께 비틀즈의 등장을 떠올릴 것이다. 권력과 섹스와 스파이가 얽힌 스캔들로 얼룩진 기존 체제에 환멸을 느끼던 영국인들에게 신선하고 역동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등장한 노동계급 출신 리버풀 젊은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확대되는 베트남전으로 고통받던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위안과 해방을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세대의 온세계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전설이 되었다.
반세기가 지난 뒤 '2026년' 하면 사람들은 전쟁의 고통만을 기억할까. 며칠 전 광화문 앞에서 펼쳐진 BTS 공연은 어떻게 기억될까. 의무복무로 군대를 다녀온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그들은 우리를 모른다. 너의 목소리가 바다를 잔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푸틴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전쟁은 점입가경이다. 이제 전쟁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는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란 집권세력은 이제 원유시장을 볼모로 결사항전하고 있다.
트럼프가 '졸리운 조'라고 조롱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국제정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현재 대통령이라면 졸고 있을지는 몰라도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동의 '부족전쟁'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이길 수는 있어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바이든이라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허용했을지라도 그 이상의 무모한 공격은 말렸을 것이다.
얼마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아마추어'들을 비판했다. 정부내의 자주파와 동맹파의 다툼에서 자주파를 겨냥한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고 그 해석이 맞을 것이다. 물론 자주파는 아마추어이고 동맹파는 프로라는 단순화는 맞지 않다. 그런데 현재 미국 외교정책에 대해 같은 비판을 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트럼프 행태는 '아마추어'의 전형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협상에 대해 상세히 모르는 부동산업자와 대통령의 사위를 보내 협상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 폭탄을 투하하도록 허용하는 야비한 속임수를 썼다. 이란의 군사력을 초토화시켰는데 정권이 바뀌지 않고 이란이 원유시장을 인질로 잡고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니 이제는 다급해져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어르고 있다. 누가 봐도 아마추어의 행마다.
위 실장이 백악관에 있지 않고 청와대에 있는 것이 다행이다. 백악관에 있었으면 X(트위터)에 '너는 해고야'라는 메시지가 바로 올라왔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제 발뺌하려드는 주변 아첨꾼들을 하나씩 해고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고수들의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러기를 빈다.
1963년 음유시인 밥 딜런은 전쟁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그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는가/너무 많은 사람이 죽은 걸 그가 알기까지/친구여, 답은 바람속에 날리고 있다.'
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