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태양전지를 멋진 건축재로 만들 수 있을까
춘천에 사는 필자는 주말에 도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한다. 실개천과 같은 자연도 좋지만 낯선 골목길을 걷는 것도 즐긴다. 거닐다 보면 원룸건물들 위로 솟아오른 태양전지판을 종종 마주친다. 태양전지를 지지하는 철 구조물도 휑한 느낌이지만 그 위의 검푸른 태양전지판의 칙칙한 모습은 정다운 골목길 속 이방인과 같다. 이를 보며 가끔 태양전지를 건물을 멋지게 장식하는 건축재로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빛을 흡수해 전기를 만드는 실리콘(Si) 태양전지가 암청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빛의 반사를 방지하는 막이 올라간 실리콘 태양전지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대부분 흡수하고 약간의 푸른색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암청색 태양전지판이 건물의 외관을 온통 둘러싼 모습을 상상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대신 다양한 색상을 띠는 태양전지판을 개발해 건축외장재로 쓰면 어떨까? 표면이 색을 보이려면 입사하는 태양빛을 모두 흡수하지 않고 일부를 반사해야 한다. 가령 가시광선 중 녹색과 청색광을 흡수해 발전에 활용하고 적색광을 반사한다면 그 표면은 빨간색으로 보인다.
반사색을 조절하면 다양한 색상의 태양전지가 가능하다. 문제는 태양빛 중 일부를 반사하면 태양전지의 효율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태양전지는 가능하면 넓은 파장 대역의 전자기파를 흡수해 전기로 바꿔야 한다. 발전에 활용할 빛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건 효율감소를 뜻한다. 반사는 색을 만들지만 흡수는 발전에 이용된다. 따라서 색상을 띠는 태양전지 연구는 건축재로서의 미학성과 전력생산의 효율 사이에 펼쳐지는 줄다리기와 같다. 물론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장기 신뢰성은 필수다.
건축재의 미학성과 전력생산의 효율성 사이
태양전지에 색을 입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린터용 잉크처럼 염료나 안료를 쓰는 것이다. 구현하려는 색만 반사시키고 나머지는 흡수해 태양전지의 발전에 이용한다. 이는 구현이 쉽지만 신뢰성이나 효율감소 문제가 있다.
다른 방법은 미세구조를 이용한 빛의 간섭으로 색을 구현하는 것이다. 여러 층의 박막을 쌓거나 나노구조물을 규칙적으로 형성하면 계면에서 반사하거나 각 구조물에서 산란된 빛들이 만나며 간섭을 통해 특정 색상에서 반사가 강화된다. 문제는 효율 감소 외에도 미세 구조가 반사시키는 색상이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의 태양전지 외장재를 직접 건물에 적용하는 실증 테스트가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건축 외장재를 겸한 태양전지 대신 투명 태양전지를 유리창으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흥미롭다. 대표적 반도체인 실리콘은 불투명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투명한 실리콘 태양전지를 만들려면 주기적으로 구멍을 뚫어 빛이 통과하는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검정 도화지를 등간격으로 오려내서 빛을 적당히 통과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그 후 위에서 소개한 방법들을 도입해 태양전지에 색을 입힐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작년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태양전지 기술이 흥미를 끌었다. 이 그룹은 투명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과 신뢰성을 높이고 색상을 부여하는 광학구조를 제시했다. 기존에 많이 활용되던 색상 부여 방식 중 하나는 ‘금속-산화물-금속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다. 두개의 금속 거울 사이에서 빛이 다중 반사되며 거울간 거리와 산화물의 성질에 따라 특정 색상의 빛이 강화되어 투과된다. 흡사 손가락으로 기타줄을 눌러 길이를 조절하면 음높이가 변하며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 연구진의 아이디어는 기존 구조 대신에 ‘금속-산화물’ 구조만 적용하자는 점이다. 금속은 빛에 대한 투과도가 낮아서 두장 대신 한장이 유리하다. 그런데 특정 색상을 강화하려면 빛을 주고받을 두 거울이 필요하다. 금속-산화물 구조에서 금속과 빛을 주고받을 거울은 바로 산화물과 공기의 계면이다.
아름다움과 기능 두마리 토끼 잡기
잔잔한 물을 쳐다볼 때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얼굴을 떠난 빛이 물로 입사되어 표면에서 일부가 반사되기 때문이다. 공기와 물의 굴절률 차이가 빛의 반사를 유도한다. 굴절률의 차이가 클수록 반사가 많이 되기 때문에 이산화 티타늄처럼 고굴절률 산화물을 쓰면 적당한 성능의 거울이 된다. 게다가 이 연구에서 제안한 구조에선 전부 무기물만 사용되고 있어 장기 신뢰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기가 생산된 곳에서 사용되는 분산형 전원인 태양광 발전의 확대에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다. 아름다움과 기능이란 두마리 토끼를 노리는 공학자들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