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의 침묵, 선택인가 한계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한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중국의 태도는 의외로 조용하다. 격한 비난도, 실질적 개입도 하지 않는다. 국제법을 언급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원론적 메시지만 반복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한계 또는 책임 회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침묵’을 단순한 무기력으로 읽는다면 이는 중국 외교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지금의 침묵은 무능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가깝다.
중국의 침묵은 세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외교적 중립, 전략적 모호성, 그리고 사실상의 방관이다. 원칙을 말하되 편은 들지 않는다. 입장을 밝히되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자국 이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 한 개입을 자제하며 관망한다. 이 세 가지는 별개로 작동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배합이 달라진다. 침묵을 통해 중국은 오히려 행동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중국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개입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중립을 내세우면서도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지금 미-이란 충돌에서는 발언 자체를 줄이며 관망 속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움직인다. ‘원칙적 반대-군사적 비개입-경제적 이익 관리’라는 삼각구조가 일관되게 유지된다.
전략 우선순위와 외교 계산법
그렇다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서 특별한 연대를 과시하던 이란에 대해 왜 거리를 두는가. 대답은 단순하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이란이 아니라 석유다. 중국에게 이란은 동맹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의 일부다. 중동은 중국 원유 수입의 핵심 지역이고, 45%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그래서 중국의 관심은 이란 정권이 아니라 에너지 안정이며, 반미연대보다 경제안보가 우선한다.
전략의 우선순위도 분명하다. 중국의 핵심 전장은 중동이 아니라 동아시아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훨씬 중요하다. 중동 개입은 전략자산을 분산시키고 불필요한 비용을 키운다. 미국이 중동에서 겪은 ‘비용의 함정’을 중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국이 관여를 최소화하려는 이유다.
외교적 계산도 작동한다. 중국은 이란만 상대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걸프 국가와의 경제 무역관계가 훨씬 더 크다. 걸프협력이사회(GCC)는 중국에게 시장·투자·에너지를 동시 겨냥하는 중요한 파트너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 전체를 고려하면 특정 편에 서는 것이 손해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묶이지 않는 것, 그것이 중국외교의 ‘내정 불간섭’과 ‘비개입’ 원칙이다.
군사적 현실도 냉정하다. 중국이 지부티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다고 해서 중동질서를 관리할 수준은 아니다. 과다르(파키스탄)나 함반토타(스리랑카) 같은 항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해상교통로 보호 수준이다. 개입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 개입 능력에 한계가 있다.
더 깊숙한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이 진짜 경계하는 것은 ‘미국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예측불가능한 미국’이다.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충동적으로 힘을 사용하는 미국, 그 불확실성이 더 큰 위험이다. 중국의 성장 자체가 미국이 만든 개방적 질서 위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질서의 붕괴는 중국에도 치명적이다.
그래서 중국에게 이번 전쟁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요소다. 미국이 중동에 묶이면 전략적 여유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공급망,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중국도 그 충격을 떠안아야 한다. 국제정치는 제로섬이 아니다. 미국의 실패가 곧 중국의 이익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중국 내부에는 중요한 변화가 읽힌다. 이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략적 동반자였지만 지금은 불안정한 파트너에 가깝다는 인식이 커졌다. 이란의 반복되는 제한적 대응, 내부 취약성, 정책 일관성 부족 등이 그 이유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스위치형이다. 필요하면 협력하지만, 운명을 함께하지는 않는다.
메시지 해독과 거리두기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군 전력의 분산은 동북아 안보환경에 변수를 만든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움직일 여지도 커진다. 이란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결국 중국의 침묵이 선택인지 한계인지는 자명하다. 구조적 제약 속에서 정교하게 계산된 선택이다. 군사 개입은 피하면서도 외교와 경제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거리두기인 셈이다. 지금의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