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학습된 대통령’의 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대구에서조차 “얄밉게 일을 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다가오는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지 않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 시장 출마도 힘을 보태고 있고 말이다.
아직 출범 1년이 안된 시점에서 성급할지는 모르지만 이 대통령은 ‘탈악마화’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윤석열정권의 ‘이재명 죽이기-범죄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 평가를 얻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12.3내란사태가 발발했을 때만해도 이 대통령은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야했다. 검찰과 법원에 끌려다니고 불려다닌 것은 그렇다치고, 무엇보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으로 꼽혔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법리스크였기 때문이다. 물론 비호감도만 높았던 건 아니고 가장 유력한 차기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니까 탈악마화의 밑천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도 했던 것이다.
‘탈악마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이 대통령
중동전쟁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그 여파로 원유가 급증을 비롯한 에너지 수급 문제와 주가하락 등 한국경제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중이다.
출범 후 대미관계와 관세 문제를 비롯해 직면한 국정운영 과제들 중 쉬운 게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를 다뤄야하는 때에 처한 것이다. 지방선거 성패 문제도 그렇다. 선거일까지 남은 두 달이라는 시간은 지금과 같은 대내외 정세에서는 세상을 뒤엎는 거대 격변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이상치않다. 그래서 이 대통령을 유능함의 측면에서만 조명하는 것 역시 이른 것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개인의 정치인적 자질과 소양만이 아니라 ‘민주정부’의 차원에서만 볼 때에도 유능함을 보유할 수 있는 조건에 서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성공의 경험을 한 전임 대통령과 정권의 경험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권을 거치면서 IMF 위기 탈출과 복지국가 기틀의 마련, 개혁에의 열정과 탈권위주의와 민주진보세력의 단단한 결집, K-방역과 K-데모크라시, K-팝 등의 성공 경험을 보유했다.
또 그들 모두 경쟁세력으로부터 ‘좌파 용공’이라는 색깔 시비를 비롯해 부정부패 혐의 뒤집어쓰기 등의 악마화를 겪었고 강한 반대와 저항에도 부딪혀야 했다. 군부독재정권이 지속된 한국정치판에서 그들은 모두 비주류 소수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그들은 집권에 성공했다.
물론 실패의 경험도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은 모두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학습자료에 다름 아니다. 국정운영이 난관 혹은 호조를 보일 때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정할 때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참조할 수 있는 경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학습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만이 아니라 국정운영을 위한 학습도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이기도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윤석열정권을 거치면서 두 명의 대통령(박근혜, 윤석열)이 탄핵을 당했고, 한 명(이명박)은 퇴임 후 감옥에 갇혀야했다. 성공한 정책도 떠오르는 게 없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개혁적 보수성향의 정치인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조차 보수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안보와 경제에서도 실패했다고 자인한 바 있을 정도다.
열성지지층을 제외하면 긍정적 평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이 독재자였던 이승만 박정희, 심지어는 전두환까지 소환하고, 불가해하게 “윤 어게인”을 외치는 이유다. 여전히 그 효력을 상실해가는 이재명 악마화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습된 대통령’ 이해 필요한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다시 어엿한 정상적 보수정당으로 서기 위해서는 친극우적 지도부도 교체해야 하지만 대여-대정부 인식과 태도 그리고 전략을 바꿔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학습된 대통령’의 힘에 대한 이해다. 이를 수행하면 자신들의 재기를 위해 뭘 학습해야할지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개혁적 보수 노선의 성공과 패배의 경험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