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도지사 전격 제명…민주당 ‘돌발변수’에 진땀
지지율 1위 현직 지사 ‘돈봉투’ 의혹에 감찰 후 제명
정청래 “승리 가능성 높지만 오만하면 진다” 경고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방어막 … 전략지 지원 강화
더불어민주당이 1일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를 전격 제명했다. 당내 경선을 1주일 앞두고 터진 ‘돈봉투 의혹’에 최고 징계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지방선거 낙관론에 대한 경계령 와중에 터진 비상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1일 저녁 긴급 최고위를 열고 만장일치로 김 지사에 대한 제명과 경선 후보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을 통해 “금품 제공 정황이 파악돼서 김관영 지사에 대해 최고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명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도지사는 윤리감찰단과 문답에서 금품 제공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못했다”며 “명백한 불법 상황이라고 판단, 최고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정청래 대표 지시로 김 지사에 대한 긴급 감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전북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돈 봉투를 꺼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청년들에게 차례로 건네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한 대응차원이다. 김 지사는 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말 청년들과 식사 후 대리운전비 명목으로 총 68만원을 지급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급 직후 부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해 즉시 회수를 지시했고, 다음 날 전액을 돌려받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본인의 소명을 굳이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금품을 살포하는 행위가 있었고 CCTV에 녹화되고 국민에게 보도되는 상황을 미온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이고, 당이 택할 수 있는 최대한 엄격한 잣대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품 규모도 김 지사가 해명한 금액보다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감찰 지시 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최고수위 징계결정을 내릴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전북경찰청과 선관위 등의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 공천 헌금·불법 정치자금 등의 의혹으로 김병기·강선우 의원을 제명 처분했던 선례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김 지사에 대한 제명 결정은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내부의 긴장감 약화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 대표는 지난달 31일 열린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높기에 그 어느 때보다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낙관해선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칫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 중도층 등 민심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권에서의 비위 의혹이 수도권이나 영남권 등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반한 경고로 풀이된다. 유력한 차기 도지사 후보에게 최고 징계를 내려야 할 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당장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일 오후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김관영 지사의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공천 문제가) 재확인됐다고 본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 제명 결정 등으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는 도덕성 검증 강화 등 변수 관리에 대한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으론 전략 지역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대응과 지원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원오 예비후보에 대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당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정 후보측은 김재섭 의원을 지난달 31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 대표는 1일 강원지역 방문 중 김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고발과 관련해 “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당 법률위원회 보고를 받은 뒤 판단하겠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방어막을 쳤다.
한편, 김 지사가 제명되면서 전북자치도지사 경선구도는 세력재편이 불가피하다. 차기 전북도지사 선거 관련 전주 MBC 등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3월 26~30일. 7229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15%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김관영 도지사 44%, 이원택 국회의원 20%, 안호영 국회의원 11% 순이었다. 민주당은 오는 8~10일 도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4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원택·안호영 국회의원의 맞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김 지사는 최고위의 제명 결정 후 2일 페이스북에 “당은 저를 광야로 내쳤지만 도민에 대한 책무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차분히 길을 찾겠다”고 올렸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