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흔들리는 마가(MAGA), 한국의 전략적 선택
트럼프 2기 들어 마가(MAGA) 내부의 움직임이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의 가장 충성스러운 하원 동맹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 엡스타인 파일 공개 거부와 대외 정책 등을 놓고 연이어 충돌하다 2026년 1월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우파 논평가 터커 칼슨도 이란 공격 이전부터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노선에 공개 비판을 이어왔고, 이란 공격 당일에는 “역겹고 악하기 짝이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왕은 없다(No Kings)”를 내건 시위도 미국 안팎에서 잇따르는 등 MAGA 외부에서의 반발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란 공격 이전부터 조금씩 드러나던 변화 움직임은 이란 공격을 계기로 더 넓고 깊은 층위에서 표면화됐다.
행정부 안에서 터져 나온 저항의 목소리는 MAGA 내부 긴장의 연장선이자, 동시에 그 긴장을 외부로 확산시키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대테러센터장 조 켄트가 사직서를 공개하며 이탈한 것이 그 첫 장면이었다. 11차례 중동에 파병된 특수부대 출신인 그는 2019년 시리아에서 부인 섀넌을 이슬람국가(ISIS) 자살폭탄 테러로 잃었다. 그는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세력의 압력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행정부 저항과 MAGA 내부 긴장의 증폭
정보당국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건을 이번 공격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미드나잇 해머 작전 이후 진행된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은 서면 증언을 통해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은 완전히 소멸됐으며 이후 재건 시도가 없었다”고 명시했다. 트럼프의 공격 명분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동석한 공개 행사에서 “피트, 당신이 가장 먼저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지목하고, 다음 날 “헤그세스는 합의를 원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군사행동의 최종 권한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각료에게 돌리는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행정부 안에서 이탈과 마찰의 여지는 더 넓어질 수 있다.
이 변화 움직임 속에서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상황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2025년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유럽의 최대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후퇴”라고 직격하며 미국의 비개입주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공격 이틀 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도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유지했고, 공격 당일 트럼프·루비오는 마러라고 임시 상황실에서 밴스는 백악관에서 각료들과 작전을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는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 철수할 것”이라고 발언해 비개입주의 기조로 다시 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란측이 협상 파트너로 밴스를 지목하며 “약속을 지킬 인물”로 평가한 것도 그의 이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루비오는 마러라고 상황실에서 트럼프 바로 옆을 지키며 실행자 이미지를 굳혔다. 군사 작전이 이어지는 동안 루비오는 전면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웠다. 3월 28일 폐막한 2026년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 조사에서 루비오의 지지율은 작년 회의 조사의 3%에서 35%로 급등했고 밴스는 61%에서 53%로 소폭 낮아졌으나 선두를 유지했다.
작전의 향방에 따라 두 사람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트럼프가 3월 24일 백악관에서 밴스와 루비오를 동시에 협상 참여자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두 카드를 동시에 쥔 트럼프의 용인술이 당분간은 유효하게 작동할 것이다.
차기 대선 변수와 한국의 다면적 대응
대이란 군사 작전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든 이 과정에서 드러난 MAGA 내부의 변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외 현안이 잇따를 것이고 선거 결과와 맞물려 정치·정책이슈가 뒤엉키면서 변화의 폭은 더 넓어질 수 있다.
트럼프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내년 이후에는 정치적 유산과 공화당 내 차기 구도가 교차하면서 MAGA의 변화는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임기는 이제 1년 3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한국은 그 향배를 예단하기보다 미국발 현안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밴스·루비오 라인과 한미 기업 네트워크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다면적 채널, 선제적 의제 설정, 미국 내 제도적 조정 여지를 파고드는 사후 관리가 그 구체적 내용이다. 워싱턴의 흐름을 읽되 그 안의 접점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남은 트럼프 2기를 한국이 헤쳐나가는 현실적 전략이다.
광운대 특임교수
전 워싱턴 정무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