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선박 통행 영구 차단”

2026-04-03 13:00:01 게재

이란 군 대변인 방침 공식화 … 해협 봉쇄 장기화에 시장 불안 가중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에 화물선들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에너지 수송의 대동맥이 사실상 인질로 잡혔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에는 해협을 닫고, 다른 나라 선박에는 허가와 면허를 받게 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 무력 충돌의 최전선이 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세계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겠다는 이란의 의도가 한층 노골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밤(현지시간)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더 강화하겠다며 “향후 2~3주 동안 극도로 강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 시점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도 했다. 2일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너무 늦기 전에 이란이 협상해야 할 때”라고 압박했고, 이란의 에너지·석유 기반시설을 겨냥한 추가 공격 가능성도 경고했다.

이란은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다. 이란 외무차관은 오만과 선박 통항 허가 의정서를 마련 중이라며, 이는 제한이 아니라 안전한 통과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군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해협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도 적대국 선박의 통항을 공식 차단하고, 다른 선박에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해협 통제를 외교·군사 압박 수단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유럽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국제법은 돈을 내야 통과할 수 있는 체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해협 안전 확보는 휴전과 이란과의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일방적 통제 구상에 국제사회가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시장 충격도 즉각 나타났다. 2일 브렌트유는 약 8% 올라 배럴당 109.03달러에 마감하며 치솟았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4.379%까지 오르며 상승 압력을 받았다. 세계 증시는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란 군은 앞으로 더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공격을 예고했고, 이란 매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부다비, 요르단의 교량을 잠재적 타격 목표로 거론했다. 전쟁 장기화 속에 이미 중동 곳곳에서 수천명이 숨지고 수만명이 다쳤다. 중동의 군사 충돌이 이제는 에너지 수급과 물가, 공급망을 흔드는 전 지구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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