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패소’ 스마일게이트, 2600억 추가배상?
법원, 스마일게이트 기업가치 8조800억원 평가
IPO 불발로 인한 라이노스 손해 3600억원 산정
100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게임개발사 스마일게이트가 상황에 따라 2600억원을 추가 배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심 법원이 스마일게이트가 끼친 손해배상 총액을 3600억원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2일 오전 미래에셋증권이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매매대금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억원의 손해와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 소송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법적 원고로, 실질 당사자는 미래에셋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스마일게이트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라이노스는 스마일게이트가 계약대로 주식시장 상장(IPO)을 추진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2023년 11월 10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환권은 자본으로도 부채로도 분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원피고의 계약에 근거해 보면 피고는 전환권을 자본으로 분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라이노스는 2017년 12월 CB 200억원어치를 매입하면서 스마일게이트와 ‘만기(2023년 12월 20일) 직전 사업연도(2022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경우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2년 스마일게이트는 영업이익 3641억원을 달성하며 수조원대 기업가치의 유니콘이 됐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는 2021년까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했던 CB를 2022년 상장을 추진하며 도입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부채로 분류했다. 이로 인해 2022년 당기순손실 1426억원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사업실적이 좋아져 순이익이 높아질수록 상장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때 전환권을 부채로 평가해 손실을 인식하면 다시 이익이 줄어 상장 의무가 사라지는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된다”며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계약에 따른 상장 추진 의무는 사실상 형해화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같은 회계처리는 ‘자본구조 등에 중대한 변경’으로 양측의 계약상 원고의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피고는 상장추진 의무, 나아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스마일게이트 기업가치를 8조800억원으로 평가하면서 라이노스 지분율 6.413%를 적용해 5180억원 상당이 원고의 몫이라고 봤다. 여기에 책임제한 70%를 고려하고 공정가치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해 원고의 손해액을 3627억원으로 산정했다. 책임제한은 손배액의 일부를 감경해 공평한 분배를 도모하는 법리로, 판례상 제3의 조정제도로 논의되며 사실심 재량에 맡겨진다.
재판부는 “원고는 손해의 일부인 1000억원을 명시적으로 구하고 있다”며 피고는 이를 원고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심 재판결과가 그대로 확정된다면 라이노스는 추가로 2627억원과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은 선고 내용에 원고측 법률대리인들도 놀란 분위기였다. 전부승소를 넘어 청구액을 훌쩍 넘어서는 손해배상액이 인정되면서다. 원고측 대리인들은 법정을 나서며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면 피고측 대리인들은 이날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사건 원고측은 김앤장과 법무법인 LKB평산이, 피고측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하고 있다.
한편 스마일게이트측은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과 법리적 판단에 대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절차를 고려해 신중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