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완성하는 일본의 숨은 기술들

2026-04-06 13:00:01 게재

‘계측 없이는 제조도 없다' … 일본 계측·테스트·광기술 3사의 독점적 경쟁력

정밀 X선 기술 구축한 리가쿠 홀딩스

1951년 창립 이후 X선 회절(XRD)과 형광 X선(XRF)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리가쿠 홀딩스(Rigaku Holdings)는 나노 수준에서 재료와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개발과 제조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정의 품질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계측 없이는 제조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가쿠가 속한 정밀 X선 분석기기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매력적인 구조를 지닌다.

X선 광학기술, 고정밀 고니오미터 제어, 나노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알고리즘은 장기간의 연구개발 없이는 모방이 어렵다. 또한 고객 측면에서도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매우 크다. 단순한 장비교체를 넘어 핵심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자산, 컴플라이언스 체계까지 깊이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업무 전반을 장악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스마트랩 스튜디오II(SmartLab Studio II)’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AI 알고리즘이 통합된 X선 회절 소프트웨어로, 축적된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타사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결국 높은 기술 장벽과 전환 비용이 결합되면서 안정적이고 경쟁이 제한된 시장 구조가 형성된다.

무형자산 기반의 장벽 역시 견고하다. 70년 이상 축적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브랜드 파워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특허 포트폴리오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도금층을 깊이 방향으로 분석할 수 있는 형광 X선 기술과 0.001도의 고분해능력을 구현하는 최신 벤치탑 XRD는 대표적인 기술력이다.

또한 학계에서 산업계로 이어지는 브랜드 확산 구조도 강점이다. 아시아와 북미 주요 대학에서 XRD 장비 도입률은 약 70%에 달하며 많은 연구자들이 커리어 초기부터 리가쿠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들이 산업계로 진출하면 익숙한 시스템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는 자연스럽게 B2B 지명 구매로 이어진다.

한편 장비판매에 더해 부품 및 서비스 기반의 과금형 수익 구조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매출의 약 1/3을 차지하는 스톡형 수익은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유지보수 및 서비스 사업은 높은 고객 유지율을 바탕으로 생태계의 강도를 강화한다. 동시에 경기 변동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도 수행한다.

향후 리가쿠는 단순한 장비 제조업체를 넘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통합한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진화를 지향한다. 2024년 하반기 상장 이후 주가는 크게 상승하며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으로서의 평가도 강화되고 있다. 이는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향후 제품 확산과 투자 회수의 진전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드반테스트, 테스트 기술의 리더

어드반테스트의 사명 ‘ADVANTEST’는 ‘Advance’와 ‘Test’를 결합한 합성어로, ‘테스트 분야에서 항상 선도적인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계측 메이커 사업으로 출발했으며, 1972년부터 반도체 시험장치인 대규모집적회로(LSI) 테스트 시스템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 진입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현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테스터 메이커로 성장했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 테스터는 반도체의 설계 및 평가 단계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스트 공정에 폭넓게 관여한다. 특히 AI와 HPC(고성능 컴퓨팅)의 발전으로 반도체의 고성능화가 가속화되면서 테스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리가쿠 홀딩스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테스트 장비 산업 역시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다. 한번 도입된 테스트 플랫폼은 측정 데이터의 축적과 주변 장비와의 적합성 때문에 고객이 다른 회사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높은 전환비용은 Advantest의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는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다. SoC용부터 메모리용까지 풀 라인업의 테스터를 개발·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제한적이다. Advantest는 핸들러 및 인터페이스와 같은 주변 장비, 시스템 레벨 테스트(SLT) 장비, 결함 분석 장비, 그리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폭넓은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테스트 기술에 더해 어드반테스트 클라우드 솔루션TM(Advantest Cloud Solutions™)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그리고 전자현미경 기반의 반도체 계측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테스트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5년간 실적은 반도체 산업 전반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020년 3월기 매출은 2759억엔, 영업이익은 587억엔이었으나, 2025년 3월기에는 매출 7797억엔, 영업이익 2282억 엔을 기록하며 모두 사상 최고치를 크게 경신했다. 2026년 이후에도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반드시 테스트를 거쳐야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테스트를 가능하게 하는 Advantest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현대산업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즉,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라는 점이 핵심이며,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함께 그 가치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텍 홀딩스는 ‘광(포토닉스)’이라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광통신의 품질을 측정하는 초고정밀 ‘측정 장비’ 분야의 리더격인 회사다. 사진 산텍 홀딩스 홈페이지

산텍 홀딩스, 초고정밀 ‘측정 장비’ 리더

산텍 홀딩스는 ‘광(포토닉스)’이라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광통신의 품질을 측정하는 초고정밀 ‘측정 장비’ 분야의 리더인 동시에 해당 기술을 응용한 안과용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등 메디컬·산업용 이미징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산텍의 성장 동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AI 데이터센터와 ‘광(光)화’의 가속화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내부 통신이 전기 신호에서 광 신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산텍의 광 모니터 및 광 필터는 고집적화가 진행되는 차세대 트랜시버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부품으로 채택되고 있다.

둘째는 의료 분야, 특히 OCT(광간섭단층촬영) 기술이다. 세계 최대 안과 장비 기업인 알콘(Alcon)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백내장 수술 전 검사 장비 ‘ARGOS’에 SS-OCT(스위핑 소스 기반 광학적 간섭성 단층촬영 기술 광원)을 공급하고 있다.

셋째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다. 2025년에는 초고안정 레이저 기술을 보유한 모그 랩라토리즈(MOG Laboratories)를 인수했다. 아직 양자시장은 연구용 장비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실험 정밀도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공급자로서 선점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장기 성장 영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산텍은 연구개발과 제조 공정 전반에서 고객과의 긴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공동 개발에 가까운 협력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고객 요구를 반영한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속적인 기능 최적화와 최신 기술로의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기 위해 매출의 약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신제품 개발 사이클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며, 첨단 기술 창출을 통해 고객 신뢰를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평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AI·의료·양자라는 세 가지 성장엔진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실적은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는 5년 전 약 1000엔 수준에서 2026년 2월에는 2만1000엔대로 상승하며 약 20배 증가했다. 매출은 4년간 두 배로 확대되었고, 영업이익률은 30%를 상회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5.9%에 달한다.

향후에도 성장여력은 충분하다. 데이터센터 내부 연결 속도가 800G에서 1.6T로 전환되는 2026년 말부터 2027년이 다음 성장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 분야에서는 차세대 전안(全眼) 이미징 장비 ‘ARGONAUT’ 개발이 진행 중이다.

OCT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은 안과 영역을 넘어 산업용 검사 장비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 다각화는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향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텍 홀딩스는 ‘광(포토닉스)’이라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광통신의 품질을 측정하는 초고정밀 ‘측정 장비’ 분야의 리더격인 회사다. 사진 산텍 홀딩스 홈페이지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