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는 추경’ 논란…“3월부터 세수여건 악화 우려”

2026-04-06 13:00:02 게재

국회 재경위 보고서 “세수전망 가정·예측 의존” 지적

“법인세·증권거래세 경기변동에 민감, 하방 가능성 커”

“세수, 기대에 미달하면 재정건전성에 부정영향 미쳐”

올 1월과 2월, 두 달 치의 세수 실적을 토대로 짠 26조2000억원 규모의 ‘세입 경정’과 관련해 ‘전망치에 의존한 추계’라거나 ‘정부의 추계오차에 따른 신뢰성 추락’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내세운 ‘빚 없는 추경’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 최병권 수석전문위원 등 전문위원실은 2026년 제1 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2월까지의 국세세입 징수실적이 전년대비 다소 증가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으며 내수 회복 지연, 대외여건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향후 세입여건이 낙관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세입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정부의 최근 경제동향 발표자료에 따르면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 건설투자 회복속도,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동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위험 증대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OECD와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등 주요 투자은행들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을 지목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회에서 ‘전쟁 추경’ 시정 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정부가 ‘실제 납입된 세수 실적’이 아닌 ‘향후 전망치’를 주요 근거로 세입경정 규모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2월까지의 세수 누계 실적만으로 연간 세수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징수실적에 기초한 조정이라기보다는 향후 전망치에 주로 의존한 세입경정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회계연도 중 이른 시점에 초과 세수 전망치만을 전제로 세입을 증액하는 것은 주요 세목의 징수 실적 등 실제 세수 흐름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기, 기업실적, 자산시장 현황, 대외충격 변수 등에 대한 전망치를 예산에 미리 반영하는 것”이라며 “세수전망을 가정과 예측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해 연도 내 잔여기간의 여건 변화에 따라 추계 오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수가 예상보다 급증할 것으로 봤던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경기나 자산여건 변동에 민감한 세목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권거래대금 급증에 민감해 경기변동에 따른 하방위험 역시 적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정부는 추경안에서 법인세는 본예산 대비 17.1% 늘어난 14조8000억원, 증권거래세는 96.5% 증가한 5조200억원, 농어촌특별세는 60.3% 증가한 5조1000억원을 각각 증액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는 반도체 경기개선과 주요 기업 실적전망 상향을, 증권거래세 및 농어촌특별세는 최근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세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3월 이후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으로 인해 유가·환율·원자재 공급망 등 대외여건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추경 편성 시점에 가정했던 전제가 장래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최근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3월 초를 정점으로 하여 하락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규모 세수오차를 스스로 인정하는 조기 세입경정 추경이 ‘추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상당한 규모로 발생한 데 이어 금년에는 연초부터 25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등 국세수입 추계의 신뢰성과 추계업무의 객관성·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전년도 12월에 본예산이 의결된 뒤 3~4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세입 증액경정을 추진하는 것은 본예산 세입의 세수추계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 점, 회계연도 초기의 세입경정이 반복될 경우 정기국회 예산심의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점 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대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를 모두 추경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할 사안’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차년도에 채무상환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재원까지 세입 증액경정을 통해 미리 소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재정법은 결산상 세계잉여금 사용 순서를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하고 국채 또는 차입금 원리금 상환 등에 사용한 후 남는 것으로 추경 편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실제 세수가 기대에 미달할 경우 채무감축 여력은 줄어든 채 세출만 확대됨에 따라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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