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칼럼

잇단 전쟁으로 쇠락 재촉하는 초강대국

2026-04-06 13:00:21 게재

현대사에서 미국만큼 전쟁을 많이 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독립전쟁으로 탄생한 나라다. 그러면서도 침략을 당해보지 않은 특이한 나라다. 미국은 250년 역사에서 20년 정도만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242년(1776~2018년) 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겼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카터는 2019년 4월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 주일학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1기)과 나눈 통화 내용을 공유하며 이 같은 수치를 언급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16년까지 전 세계 150곳 이상에서 250여 개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200개 이상의 전쟁이 미국의 개입으로 발발했다는 추산도 있다.

카터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로 촉진되고 평화로 활성화했다. 1979년(미중 수교)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전쟁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역사상 가장 호전적 나라가 됐다. 다른 나라에 미국의 원칙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향 때문이다. 중국이 1만8000마일의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동안 미국은 3조달러를 전쟁에 탕진했다. 중국은 단 1위안도 전쟁에 허비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250년 역사에 전쟁이 일상이 된 미국

미국은 21세기 들어 9.11테러(2001년) 이후 두 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4명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최소 10개 나라를 폭격했다. 2001년 이후 미국의 전쟁 비용은 모두 8조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20년 넘는 전쟁 기간 5조8000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 비용 외에 앞으로 30년간 참전 용사 의료에 최소 2조2000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9.11테러에 맞서 알카에다 해체, 탈레반 권력 축출을 목적으로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다. 4명의 대통령 임기에 걸쳐 20년 지속하다 2021년 최종적으로 병력 철수했지만 탈레반정권은 원위치했다. 이 전쟁 비용만 2조2600억달러에 달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결정은 21세기 최고의 실책으로 평가받는다. 1조달러의 전쟁 비용은 미국의 곳간을 비우는 데 큰 몫을 했다. 부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데다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이유를 대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전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논란이 됐다. 부시의 또 다른 개전 명분이던 이라크 민주주의의 뿌리내리기는 아득히 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시에 수행한 2개의 전쟁은 미국 쇠락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이란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미 국방부는 전쟁 첫 주에 113억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고 밝혔다. 이란의 반격이 끊이지 않자 국방부가 최근 백악관에 200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트럼프의 전쟁 목표는 흐릿하고 갈팡질팡한다.

전쟁 비용으로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39조달러(5경8808조원)를 넘어서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더 커졌다. 이란 전쟁으로 말미암아 11월 중간선거 전 40조달러(약 6경원)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정부재정 감시단체인 피터슨재단은 향후 30년간 국채이자 비용만 총 100조달러(약 15경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루 평균 80억달러씩 부채가 증가하는 셈이다. 2026년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부채 이자는 16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돈을 국방에 쏟아붓고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상위 10개국 합계보다 많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40%나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 회계연도 국방예산의 1/5이 넘는 액수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 전인 지난 1월 내년도 국방예산을 1조5000억달러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육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기후 주택 같은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했다. 상식적인 나라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전쟁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자, 트럼프는 자신이 일으킨 이란전쟁의 비용을 아랍 국가들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은 미군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란의 보복 폭격을 받았는데도 보호를 받기는커녕 전쟁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천문학적 전쟁 비용, 국력쇠잔의 지름길

나랏빚에 골머리를 앓는 트럼프는 다른 나라에 관세폭탄을 터뜨려 국채를 조금이나마 줄이려 안간힘을 쓴다. 최고지도자의 오판으로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천문학적 헛돈만 날려버리는 전쟁은 국력 쇠잔의 지름길로 이끌 수밖에 없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가 무색하게 말이다. 그 사이에 미국이 따돌려야 할 적수 중국은 팔짱을 끼고 즐기면서 국력 키우기에 몰두한다.

고려대 미디어대학 초빙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