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동체 정신과 경제성장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 뒤에는 한국 특유의 공동체정신이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단순히 시장논리가 아닌 국가와 국민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목표를 공유하고 달려온 조직적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4명 대통령을 자문한 퍼트남(Robert Putnam)은 ‘나홀로 보올잉’이라는 명저에서 미국사회의 상승과 하락을 공동체로 상징되는 사회적 자본을 통해 파헤치고 있다. 그가 말한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 신뢰 협력 등의 규범을 말한다. 그는 사회적 자본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루카스(Robert Lucas)는 1993년 발표한 논문 ‘기적 만들기’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공동체정신의 기본인 인적자원이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공동체 정신은 구성원 간의 높은 결속력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축적했고, 가족을 위한 헌신과 노력으로 자녀들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을 확대했으며, 공동체 의식 기반의 단결로 국가적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힘을 키워왔다. 1976년 소련의 붕괴를 예언했던 토드(Emmanuel Todd)는 가족제도가 경제성장의 핵심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우리’ 의식에 바탕을 두고 국가나 사회의 위기를 나의 위기로 인식하는 정신은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공동체 정신이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어려울 때는 일반 백성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왔다. 소중한 국가공동체 가치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학생혁명 광주민주화운동 부마항쟁, 그리고 무능하고 부정한 정부를 끌어내리는 국민의 촛불혁명과 빛의혁명 등은 국가가 건전하게 발전해 가도록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IMF 외환위기 시 국민들의 자발적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로부터 크나큰 찬사를 받았다.
리차드(Sam Richard) 펜실베니아 대학교 교수는 지성과 공손함을 바탕으로 국가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한국의 공동체 정신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의 공동체 정신이 여러 면에서 약화 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빈부격차, 양극화, 서구 문명의 영향 등으로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가족제도가 나약해지며 각자도생의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성장이 함께 잘살자는 생각이었다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요즈음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싸우는 제로섬게임의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인구절벽, 빈부격차 확대, 여러 면에서의 갈등고조, 고립 청년 증가, 지역소멸의 흐름은 한국의 공동체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우려할 일은 국가의 지도그룹에 있는 사람들이 소집단의 목적을 위해 국가에 해가 되는 언행들을 너무 쉽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도층이 사익을 위해 갈등을 조장할 때 국민이 진영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공동의 선이나 가치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 사회적 지위에 맞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에 적합하고 홍익인간 정신에 바탕을 둔 한국만의 회복탄력성 있는 공동체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
유연함과 창의성이 반영된 공동체정신으로 발전해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진 타인과도 협력할 수 있는 퍼트남이 강조한 브릿징 사회적자본(Bridging Social Capital)으로 진화해야 한다. 최소한 한국공동체의 장점인 개인과 국가 간의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래에도 한국의 공동체 정신은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동의 선을 키우면서도 새로운 사회나 경제에 중요한 유연함과 창의성이 반영된 공동체정신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