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대통령 임기 5년이면 산도 옮길 수 있어

2026-04-06 13:00:01 게재

나라의 기본정책을 바꾸는 것은 산을 옮기는 것과 같아서 상당히 힘들기도 하지만 얻는 이득은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병원도, 일차의료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2024년 의료대란 때 혼란스러운 의료현장을 목격했다.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았다. 이번 정부는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적 염원을 받아 안아 보건의료의 산을 옮기는 작업인 일차의료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25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26년 7월경부터 실시하겠다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관한 보건복지부 안을 심의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과제인 ‘주치의제도 확대로 맞춤형 일차의료 체계 구축’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을 제시한다고 했다. 지역 중심의 일차의료 혹은 주치의제도를 선호하는 많은 사람들과 의료인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대감이 상당히 컸다.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맞춤형 건강관리, 다학제 협력을 통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만성질환 관리 등 일차의료에 중요한 내용들이 나열됐다. 등록 과정과 지속적인 관계, 다직종의 협업을 통해 양질의 일차의료를 구현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총론 측면에서, 각론 측면에서 몇 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복지부 일차의료 혁신 정책이 잘 되려면

복지부는 일차의료를 확립하면서 주치의제도를 지향하는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등록 과정을 제외하고는 일차의료의 핵심 가치에 접근하고 있지 못하다. 지역의 모든 건강상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일차의료가 구현되도록 정책이 기획되어야 하는데 지금 시도하는 형식은 만성질환 관리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복지부 관계자도 그런 것처럼 발언을 했다. 이번 일차의료 혁신안에서는 포괄적 서비스라고 쓰고 만성질환 관리 사업의 확장편을 선보인 것 같다. 산을 옮겨야 하는데 나무 몇 그루 옮겨 놓는 셈이다.

심의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시범사업을 할 때 우선 중고령층(50세 이상)부터 시작한다든지, 원하는 주민들만 등록하기로 한 것, 특정 질환만 보는 전문 의료기관은 제외하고 모든 의사들에게 참여를 개방한 것, 거점 지원기관 유형에 따라 1,2,3,4군으로 나눈 것도 좋은 시도라고 본다. 그리고 등록 주민 보상으로 지역화폐나 디지털 헬스 기기로 한 것 등은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등록 주민들에 보상에서 검사비 감액 등 여러 방법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이 등록 과정의 비용으로 20%를 부담하기로 한 것은 초기 사업에 참여하는 장벽을 높일 수 있으므로 아예 없애는 게 좋다. 참고로 성북구에서 하는 등록제와 작년 10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주형건강주치의에서는 등록비용 및 다른 서비스 비용에서 방문진료를 제외하고는 본인부담이 거의 없이 하고 있어 초기부터 참여 주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등록시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 부담으로 하되 등록비를 연령별 성별 구분을 하고, 농어촌이나 의료 소외 지역도 차등을 두어 마련하는 게 좋다. 그것은 돌봄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지역적으로 힘든 곳들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에 대한 배려이고 실제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시범사업 규모도 조정해야 한다. 1단계로 2026~2028년 시범사업을 거쳐 보완하고 2단계로 2029년 이후 정교한 제도로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실행계획을 보면 참여 의원 수를 너무 적게 잡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 시작해 아주 조금씩 늘려 2030년까지 300개 의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방식인 듯 보인다.

만성질환관리 중심에서 벗어나야

대통령 임기 남은 4년 동안 생색만 내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너무 적은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소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몇개 지역을 선택해서 초기부터 충분한 규모로 시범사업을 해야 이후 확장세를 가질 것이다. 제주도만 해도 읍면 시범지역에서 17개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참여 의원 수를 많이 잡도록 권하고 싶다. 그러면서 다양한 모델들을 참고하겠다고 하면 성북구나 제주도 등 지역까지 이번 시범사업의 범주에 넣어 함께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복지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들 중 하나가 일차의료 혁신이라면 만성질환 중심에서 벗어나 등록제를 바탕으로 포괄적인 일차의료 구현(만성질환 관리제가 아닌)을 지향하고 지역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믿고 시범사업 규모를 넓혀 진행하는 정도라야 대통령 임기 중에 큰 산 하나를 옮겼다는 평을 듣지 않을까?

고병수 탑동365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