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기울어진 운동장, 선거 의미조차 퇴색시킨다

2026-04-06 13:00:01 게재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정치과정을 통해 유지되고 작동된다.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며 일정한 주기에 어김없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선거의 핵심요소는 우리 선거에서 잘 관철되고 있다.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착에 기인한다.

그런데 선거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예측불확실성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당은 최선을 다하고 개혁과 변화를 추동할 유인이 강해진다. 반면 승산이 확실할 때 교만해질 수 있고 정책 개발과 혁신보다 당내 경선이 당선으로 여겨지면서 불필요한 잡음과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6.3 지방선거의 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전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경북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만큼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는 방증이다.

이를 자초한 측은 국민의힘이다. 지난달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절윤’을 결의했지만 이를 추동하는 제도적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내란정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공천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혁신공천을 내세웠지만 혁신은커녕 내홍과 파열음이 요란하다. 급기야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사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설령 공천에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고 정책, 공약 등에서 민주당보다 우위에 있더라도 유권자의 마음에 각인돼 있는 내란 프레임은 사라지지 않고 선거의 강력한 기준으로 작동될 것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려면 공천과 별개로 계엄과 탄핵에 대한 분명한 방향 전환을 부단히 유권자에게 설파하고 동의를 구해나가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20년 야당의 길’ 걷고 있는 국민의힘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이번 선거가 평상시의 선거라는 안일에 젖어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니면 이미 패배를 예상하고 선거 이후의 당권 경쟁에 더욱 관심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 후의 다음 총선 공천을 의식해서 그동안 당 지도부의 극우강경 노선에 애써 침묵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계산법은 그들의 정치적 이익과 실리의 관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다간 국민의힘이 앞으로 20년 야당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조차도 민주당의 우위가 점쳐지는 상황은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을 넘어서 ‘TK 자민련’도 유지할 수 없다는 당내 자조섞인 반응과 마주하게 된다.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을 당한 당시 보수정당은 성찰과 반성이 아닌 분노와 상실을 거칠게 토해냈고 그 결과 ‘태극기 부대’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생겨났다.

박근혜 탄핵으로 절치부심하던 보수정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선거에 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스팔트에서 외쳤던 극우의 함성으로는 보편적 민심에 다가갈 수 없었다. 이후 윤석열이라는 용병을 들여서 정권탈환에 성공했지만 내장되어 있는 극우성향과 결별하지 못하고 12.3 불법계엄으로 다시 탄핵의 전철을 밟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역시 쇄신과 반성은커녕 태극기와 성조기로 더욱 강한 ‘자유우파’로 미화된 극우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보수로 치장되고 덮여진 강성우파를 등에 업고 당권에 집착하는 지도부와 다음 총선 공천을 위해 행동에 나서지 않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도긴개긴이다.

야당의 무력화, 정치 동력과 기능 상실 불러

이러한 기조로 다음 총선에서도 참패하고 그 후과로 다음 대선에서도 패배한다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내세웠던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무리가 아니다. 제1야당의 이러한 양태는 집권세력을 견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의 의미조차 퇴색하게 한다.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경쟁구도를 잠식하게 되고 정상적인 야당의 견제가 무력해지는 상황은 정치 그 자체의 동력과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선거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도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계엄 탄핵에 대한 당의 전향적 태세전환을 시도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