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외교 “중동 전쟁 즉각 중단” 촉구
유엔 안보리 공조 강조
미 압박에 러시아 반발
중국 ‘중재자’ 입지 부각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5일 전화 통화를 갖고 중동 정세와 중동 전쟁 상황을 집중 논의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통화는 러시아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왕 부장은 통화에서 “중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대한 사안에서 공정성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중동 정세는 악화일로이며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의 근본은 조속한 휴전과 전쟁 종식”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중동 정세의 지속적 격화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정치·외교적 경로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보리가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분명히 했다.
이번 통화는 중러가 ‘안보리 축’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두 국가는 모두 미국 주도의 군사적 개입에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제무대에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휴전·외교’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 중국은 전쟁 발발 이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동과 유럽 국가들과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이란의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공격 역시 문제 삼는 ‘균형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최후통첩식 발언을 중단하고 협상으로 복귀해야 긴장 완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러시아는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내 민간 인프라 공격 중단도 요구했다. 특히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공습 문제를 거론하며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해당 시설에 근무하던 자국 인력 일부를 철수시킨 상태다.
중러가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안보 불안이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의 군사적 압박 중심 전략에 균열을 내고 다극 체제 속 외교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