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니와 혼다 왜 EV 개발 중단했나

2026-04-07 13:00:01 게재

소니와 혼다자동차는 공동으로 추진했던 첨단 전기차(EV) 개발 프로젝트의 중지를 3월 25일에 공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율주행기능과 고도 콘텐츠 환경을 구축해 첨단 모빌리티로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욕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혼다가 최근 EV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북미를 중심으로 여러 EV 모델의 개발을 취소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서 그 일환으로 소니와의 프로젝트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급제동 걸린 혼다의 EV 전략 파장

혼다의 EV 후퇴는 판매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미국정부가 EV 보급 정책을 철회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정부는 바이든정부의 재생에너지와 EV 중심 정책을 수정해 석유 및 가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화석에너지 수출을 통해 세계 각국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에너지 도미넌스(Energy Dominance)’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전쟁은 국제유가의 급등과 석유 조달 불안을 확산시키면서 세계 각국에서 EV 수요가 급증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고 EV를 찾는 고객이 늘어났으며, 글로벌사우스 시장의 전동화도 탄력을 받고 있다.

석유 비축량이 적은 필리핀 등에서는 석유 위기가 국가 경제를 일부 마비시킬 정도의 충격을 주고 있어 동남아 각국의 타격이 크다. 이에 따라 동남아 시장에서 EV 판매가 더욱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자동차 업체 BYD 판매점에는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 오토바이 보급도 한층 활기를 띠고 있으며, 인도 등에서는 가스 조리기구 대신 전기식 조리기구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온 지역이었으나, 중국 기업의 EV와 전동 오토바이가 빠르게 확대되는 것은 혼다를 비롯한 일본 기업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혼다의 EV 사업 축소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서는 이란전쟁에 따른 고유가 충격과 세계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고려할 때 미국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전략을 무조건 따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정반대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EV, 수소를 포함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며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핵심 광물 공급망도 강화해 20세기의 석유 중심 체제에서 21세기 재생에너지·EV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방향이다.

소니–혼다의 EV 사업 중단은 이러한 미국의 에너지 도미넌스와 중국의 친환경 전력혁명이 충돌하는 글로벌 구조 속에서 내려진 전략적 후퇴일 수 있다. 향후 혼다는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배터리 및 전동 모터사이클 등 선택적 전동화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소니는 완성차 개발보다는 자율주행, 센서, 콘텐츠 플랫폼에 집중하며 다른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모빌리티 운영체계(OS)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자율주행과 고도 콘텐츠 서비스에는 EV 기반의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EV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절충적·중립적 전략을 유지하며 글로벌 에너지 질서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전력 시대 한·미·일 간 국제 협력 체제 강화해야

우리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탈석유를 모색하고, 재생에너지·원자력·EV 연계와 함께 AI 경쟁력을 각 제조업에 맞게 고도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동시에 석유 및 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의 공급망 안정화와 중동 이외 미국 중남미 아프리카를 포함한 신규 자원 조달처 확충도 과제로 남는다. 아울러 새로운 전력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수소 배터리 관련 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의 안정화를 추진하고 한·미·일 간 국제 협력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