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칼럼
요즘 젊은이들, 여전히 훌륭하다
2년 전 쯤 한 언론에 ‘요즘 젊은이들 훌륭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 지인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쓴 칼럼에서 AI 시대의 강의실에서의 당혹감을 표현한 적이 있어 혹시 그 사이 필자도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닌지 의심을 살만했다. 그래서 오늘 필자는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믿음이 오히려 더 커졌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맡겨도 충분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더 가지게 되었음을 피력해 보려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예쁜꼬마선충 연구의 1세대로서 정년퇴임하기 전에 최선을 다해 생명과학의 보람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면 어디든 가서 예쁜꼬마선충 강연을 하고 다닌다. 지난해와 올해 강연을 진행하게 된 후 두드러지는 현상 하나는 다양한 분들로부터 메일이 온다는 것이다. 그중 고등학생이 가장 많은데 필자의 강연을 듣고 열심히 이해하고 호기심 충만하여 질문을 쏟아낼 뿐 아니라 연구실 방문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해 온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 저 정도의 호기심과 용기를 가졌던가 반문해 보면 단언하건데 그렇지 않았다. 필자는 예비고사 시험에서 전국 이과 수석을 했으니 나름 엘리트 학생이었을 것인데 요즘 고등학생에 비하면 호기심의 크기도 훨씬 작았고 도전정신은 더 부족했었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적 근거가 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젊은 희망들
지난 3월 말 경상남도 마산에서 ‘제1회 정의로운 언론인상’ 시상식이 있었다. 익명의 독지가들이 기금을 출연하여 민주적 역사의식을 가지고 깊이 있는 기사를 열심히 쓰는 언론인을 발굴해 시상하는 것이었는데, 상의 운영에는 ‘어른 김장하’ 다큐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기자가 중심이 되었고 필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1회 수상자는 시상일 당일에 비로소 만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30대 초반의 젊은 기자였다. 그럼에도 기사들의 깊이는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할 만큼 집요하고 깊이 있는 내용들이었으니 불과 기자 생활 7년 만에 수준급 언론인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정말 훌륭한 젊은이가 아닌가.
지난 연말 필자에게는 생소한 현장과학교육학회라는 학회에 가서 강연을 하였다.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소개하고 탐구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강의에 질의응답을 포함해 거의 3시간을 썼다. 그 후 질문이 이어졌고 나중에 선생님들이 따로 연락을 해와 강연과 필자 연구실로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날 200여명의 청중 대부분은 젊은 과학교사였다. 이런 선생님들이 과학 교육 현장을 자부심을 가지고 지키는 한 우리나라는 계속 훌륭한 젊은이들을 길러낼 것이라는 가슴 뿌듯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한 젊은 교사에 호기심 넘치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예만 추가한다면 지난해 제주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고등학생들의 탐구 결과 발표회와 과학중점학교 심사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졌다. 과학중점학교에서 진행되는 과학탐구활동의 폭과 깊이가 필자의 옛날 기억으로는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감동을 받았다. 고등학생 중 탐구활동 결과 발표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전액 교육청 예산으로 미국 일류대학들을 방문해 강연도 듣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대상자가 10명은 족히 넘었던 것 같다. 여기서 담당 장학사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 경쟁에서 약 2대 1의 경쟁을 뚫은 학생에게는 미국 견학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곤혹스럽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열심히 했음에도 결정적인 좌절의 상실감만 남아 과학을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이 젊은 장학사의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젊은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참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 어른들만 잘 하면 된다
이상의 내용은 모두 필자 개인의 작은 경험들에서 나온 단편적인 일화들이어서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기에 당연히 과학적 설득력이 크지 않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도처에 훌륭한 젊은이들이 있지 않고서야 필자만 예외적인 훌륭한 인재들을 계속 보았다는 것인데 그럴 확률은 아주 낮다고 보는 것이 과학적이지 않을까.
필자는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고서도 여러 사례들을 조우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도처에 훌륭한 젊은이들이 최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독자 여러분도 요즘 훌륭한 젊은이들이 많음을 믿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훌륭한 젊은이들이여,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시라.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음에. 그리고 기성세대 어른들만 (제발) 잘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