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전쟁광이냐 허풍쟁이냐,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

2026-04-07 13:00:01 게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로 이란과의 종전협상 시한을 또다시 하루 연장했다. 지난달 21일 ‘48시간’ 최후통첩을 시작으로 23일엔 닷새, 26일엔 열흘, 그리고 이번 하루까지 모두 3차례 연장이다.

트럼프가 이처럼 “석기시대로 되돌려보낼 것” “지옥문이 코앞까지 왔다”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최후의 시간을 계속 늦추는 이면에는 전쟁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대한 초조함이 엿보인다. 시한연기를 알리는 그의 말들은 강력한 결단의 언어가 아니라 판돈을 다 잃을까 두려워하는 도박사의 비명에 가깝다. 앞서 그가 트루스소셜에 “이 미친 X들아, 당장 그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낸 것도 마찬가지다.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큰소리에는 ‘제발 전쟁을 끝낼 명분 하나라도 던져달라’는 안달이 묻어난다.

자신의 구상과 달리 확전의 늪으로 빠져드는 전쟁 양상과 이란의 완강한 버티기 앞에 그는 지금 ‘최후통첩의 실행’이라는 파멸적 버튼과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실리적 후퇴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위험한 사례’가 증명하는 어둠의 3요소

트럼프의 비이성적인 폭주는 이미 2018년 예고된 바 있다. 한국계인 밴디 리 예일대 교수 등 당시 미국 최고의 심리학자·정신과의사 27명은 책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를 통해 그의 정신건강을 분석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그가 나르시시즘과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라는 이른바 ‘어둠의 3요소(Dark Triad)’를 모두 갖춘 인물임을 경고했다.

이번 이란전쟁 국면에서 트럼프의 이 위험한 기제들이 여과없이 발현되고 있다.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두고 타인의 생존 인프라를 “발전소의 날” “다리의 날”이라 조롱하는 병적 나르시시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냉혹한 마키아벨리즘, 그리고 민간시설 파괴라는 반문명적 발상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시적 충동이 결합해 전 지구적 재앙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란 민간인의 삶이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비극에는 무감각하다. 자신의 행동이 동맹국에게는 고통,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에게는 선물이 되고 있다는 현실도 안중에 없다. 게다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 그를 억제하던 유일한 고삐인 ‘표심’마저 내던진 채, 오로지 자신의 모욕감을 갚아주겠다는 파괴적 본능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다.

연일 강도를 높이는 트럼프의 말폭탄에 대해 이란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일관된다. ‘너희가 우리를 때리면 너희 우방을 때려 세계경제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찔러 공멸을 유도하는 ‘비대칭적 상호 확증파괴’ 전략으로 읽힌다. 이란은 트럼프가 자국 발전소를 공격하면 카타르의 LNG 시설이나 사우디의 담수화 플랜트, 쿠웨이트의 교량 등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약 미군이 실제 이란의 전력망과 민간 사회기반시설을 공격하면 이란은 걸프국에 보복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중동 전체가 사막화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 또한 감당 못할 수준으로 오를 게 불보듯 뻔하다. 이는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경제침체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나르시시스트인 그에게 ‘미국경제 파산의 주범’이라는 낙인은 죽음보다 싫은 모욕일 것이다. “지옥” 운운하는 그의 언어는 단순한 협박을 넘어 자신을 무시한 대가를 세계 경제의 파국으로라도 증명하겠다는 위험한 독백인 동시에 자신의 유산(Legacy)을 지키려는 비겁한 계산기 소리로 들리는 이유다.

‘장사꾼’ 트럼프냐, ‘사이코패스’ 트럼프냐

세계는 지금 두 명의 트럼프 사이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이란 영내에서 조종사를 구출했다는 전과를 챙겨 “나는 위대한 구조자”라며 발을 빼는 ‘장사꾼 트럼프’와 잃을 것 없는 권력자가 느끼는 파괴적 충동을 실행에 옮기는 ‘사이코패스 트럼프’가 격돌 중이다. 어쨌건 전쟁광의 광기보다는 허풍쟁이의 실리가 백배 천배 낫겠지만 정신병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본인조차도 자신이 어떤 충동적 결정을 내릴지 아직 모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8일 오전 우리는 허풍쟁이의 실리에 안도할 것인가, 아니면 한 개인의 뒤틀린 심리가 초래할 문명의 암흑기를 넋놓고 보고 있을 것인가. 인류의 생존권이 한 개인의 불안정한 심리지표에 저당잡힌 이 현실이야말로 21세기 최대의 비극이다.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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