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페르시아만 생명선 위협
물은 사막도시 지탱하는 생존 기반 … 발전소 멈추면 식수도 끊긴다
피해는 쿠웨이트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3일과 5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쿠웨이트석유공사(KPC) 계열 정유·석유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5일에는 심각한 물적 피해가 보고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쿠웨이트의 발전·담수화 복합시설 1곳이 공격을 받아 인도인 노동자 1명이 숨지고 서비스 건물이 손상됐다.
최근 쿠웨이트에선 석유 시설에 이어 발전·담수화 시설까지 잇따라 타격을 받으면서 전쟁의 충격이 에너지 인프라를 넘어 물 공급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동 전선의 확전이 민간 생존 기반을 직접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식수 생산 시설이 공격 위험에 노출되면서 전쟁의 파장이 군사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압박하며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기간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이란은 민간 시설 공격은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AP는 앞서 미군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케슘섬 담수화 시설이 손상돼 30개 마을의 물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일 최근 공습이 이란 부셰르 원전 인근까지 접근했지만 원전 자체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력·수자원 인프라가 더는 후방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이란 쪽에서도 분명해진 셈이다. 이란은 이미 전쟁 이전부터 심각한 가뭄과 저수지 고갈에 시달려온 만큼 이런 충격에 더욱 취약한 상태다.
전력과 담수화 시설이 함께 거론되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걸프 국가들의 사막 도시는 막대한 전력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그 전기로 담수화 설비를 돌려 물을 생산한다. 쿠웨이트는 식수의 약 90%, 오만은 약 86%,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70%를 담수화에 의존한다. 바레인과 카타르는 물 소비의 100%, 아랍에미리트는 식수 수요의 80% 이상을 담수화로 충당한다. 발전소가 멈추면 담수화 설비도 함께 흔들리고, 담수화 시설이 타격받으면 대도시 식수 공급은 곧바로 위협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이 시설들이 단순한 산업 설비가 아니라 주민 생존과 직결된 민간 인프라라는 점이다. AP는 국제인도법과 제네바협약이 식수 시설을 비롯한 생존 필수 민간 인프라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전쟁의 전선은 군사기지를 넘어 민간 생존 인프라로 번지고 있다.
이란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물 위기 한복판에 있었다. 5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테헤란의 5개 저수지 수위는 저장 용량의 약 10%까지 내려앉았다. AP에 따르면 이미 전쟁 전부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수도 테헤란을 비워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