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에너지 정책 설계 - 보상 집중이 더 효과적이다
‘미스트롯’과 같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난다. 경쟁의 수준은 참가자의 의지보다 보상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지만 결과에 따라 보상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우승자는 상금뿐 아니라 방송 광고 공연기회를 사실상 독점한다. 반면 결승 진출자와의 차이는 단순한 금액을 넘어 ‘기회의 격차’로 확대된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모든 것을 걸고 경쟁한다. 보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구조가 경연의 수준을 끌어올린다.
이 원리는 에너지 소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3월 26일 제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기요금은 동결하되, 국민들께서는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물가와 민생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다. 그러나 요청만으로 행동이 바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단기적 수급불안에만 있지 않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시민들의 소비패턴 변화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절약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행동을 바꿀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그 배경에는 구조적 현실이 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오랜 기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왔고, 인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부담으로 조정이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정책은 절약을 ‘요청’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보상 크기 달리하면 유인력도 커져
에너지 소비는 도덕적 당위보다 가격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껴야 한다’는 당위보다 ‘아끼면 이익이 된다’는 신호가 행동을 바꾼다. 핵심은 요금을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사용 방식에 따른 이익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4월 1일부터 시행된 전기요금 개편안에서는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제가 도입됐다. 아직은 단가 조정 수준이지만, 가격신호를 통해 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하려는 방향은 분명하다. 소비자를 전력시장의 주체로 참여시키려는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그 보상의 크기가 실제 행동변화를 이끌 만큼 충분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요금 조정 이후에는 소비자들의 행동변화를 유인할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에너지 절감 보상제도로는 국내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에코마일리지와 탄소(중립)포인트제가 있다. 이 제도는 참가 세대의 전기·수도·가스 사용량이 과거 대비 줄어들면 연간 수천원에서 수만원 수준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참여자는 매년 늘고 있으며 절감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의 경우 2009년 건물 부문부터 시작되어 2017년 승용차 부문이 추가되었으며, 2023년 기준 약 251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부산시가 2009년부터 탄소중립포인트제도에 가입한 가구도 2014년 26만가구에서 2022년 12월 현재 48만 가구로 늘어났다.
이는 국민들이 가격신호에 반응할 기반이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 구조는 일정 기준을 넘으면 유사한 보상을 받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참여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행동강도를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참여 확대를 넘어 유인 구조의 재설계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특히 절약을 경쟁과 결합한 방식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참여가구 보상의 일부를 모아 상위 절감 세대에 집중 지급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개별보상은 작더라도 상위가구에는 수십만원 수준의 유인이 형성될 수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상위 절감가구에 보상을 집중하면 제한된 재원으로도 강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기회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격차가 다시 행동을 강화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보상을 넓게 나누는 방식에서 소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때 에너지 절약은 ‘운동’이 아니라 ‘사업’이 될 수 있다.
경쟁형 인센티브 문화를 제도화할 때
특히 우리나라의 아파트 중심 주거 구조는 이러한 설계에 유리하다. 동일 단지 내에서 조건이 유사한 가구 간 비교가 가능해 공정성과 참여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전기요금의 변화도 단순한 인상으로 인식되기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는 설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보상구조의 설계 문제다. 절약을 요청하는 정책을 넘어, 절약이 보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 보상은 실제 행동 변화를 이끌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미스트롯과 같은 경쟁형 인센티브 문화에 익숙하다. 이제는 정책이 그 문화를 제도로 설계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