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이란전쟁 발 유가폭등, 중국경제가 버티는 비결
이란전이 시작된 이후 유가상승과 수요감소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25% 상승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5%p 하락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침체 위험을 선제적으로 불식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약 4개월 분(12억~13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및 상업용 재고를 활용해 유가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위축되게 되면 지난달 양회(兩會)에서 제시된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GDP 성장률 목표치인 4.5~5.0%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비해 유가상승의 충격을 덜 받고 있다. 2010년대부터 중국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구성에서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과 수력을 비롯한 친환경 연료 비중을 늘려왔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2025년 비화석 연료의 비중(20%)이 석유(18%)보다 높아졌고 에너지 자립도도 2010년 80%에서 2025년 85%로 향상됐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이란전의 충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세계 2위 원유 사용국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원유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 브라질 등 비중동 지역 비중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중동지역 비중은 아직도 40%가 넘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이란산은 물론 사우디산과 이라크산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겨 중국 석유화학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저렴한 이란산 석유를 주로 사용하는 독립 정유시설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유가에 수익성이 급속하게 하락했다. 중국은 사우디 얀부항과 러시아 동시베리아 송유관 및 유조선을 통해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란산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에너지전환 가속화 해 유가 충격 덜 받아
이란이 주변국에 공격을 감행하면서 수출 여건도 악화돼 중국 제조업은 원가상승과 수요위축의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중국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자 중동 구매자들이 방문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주문을 축소하거나 지연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에서도 수요둔화로 전자제품을 포함한 주요 수출 품목의 주문이 현저히 감소했다. 그 결과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화학 제련 중공업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군에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자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생산비용이 증가한 기업은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하기 때문에 두세 달 뒤에는 소비자물가도 상승하게 된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은 주가지수에 그대로 반영됐다.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상하이종합지수 선전성분지수 모두 약 5%, 홍콩 항셍지수는 약 11% 하락했다. 중동의 수요위축으로 실적악화가 우려되는 수출의존 제조업, 유가상승과 운항차질로 수익성이 감소하는 항공·해운업이 하락을 주도했다.
다만 전쟁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동 지역에서 위안화 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동력이 확보되었다. 최근 중국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과의 위안화 직거래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란이 서방의 금융제재를 피하려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의 결제통화로 위안화를 지정했다. 이란이 이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게 되면 원유 및 해운 시장에서 위안화의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페트로위안의 부상은 미국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할 수 있다.
부정적 영향 크지만 패트로위안화 가능성도
2013년부터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건설한 육상 실크로드의 경쟁력도 증대되고 있다. 전쟁 전에는 운송기간 면에서 철도가 해운보다 20일 정도 빠르지만 비용 측면에서 해운이 철도보다 훨씬 저렴했다. 호르무즈 해협뿐만 아니라 홍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후 해상운임과 보험료가 급증해 해운과 철도의 비용 격차가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이란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철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이란전의 경제적 충격을 나름대로 잘 관리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조속히 종전에 이르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적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관세전쟁의 종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또다시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것도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휴전을 위한 중재를 적극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