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미래시대 설계하는 핵심 열쇠는
인류 역사의 변곡점마다 과학기술은 시대의 큰 흐름을 바꾸는 핵심동력이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이 단순한 기계적 발명에 그쳤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증기기관은 노동의 기계화를 넘어 공장의 출현과 도시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확립, 나아가 민주주의와 글로벌 분업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구조와 규범을 바꾸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기술이 던진 도전에 법과 제도, 문화적 요소가 결합하며 인류 문명은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문사회예술은 과학기술의 방향 제시하는 나침반
오늘날 우리는 증기기관의 충격을 넘어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와 로봇은 세상의 모든 질서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 직업에 거대한 변화가 올 수 있고, 인간의 전문성이라고 자부하는 분야가 대체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적능력에 대한 도전도 거세질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판단은 AI가 훨씬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병의 진단, 법률적 판단, 회계업무,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로봇도 생산시설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고 특히 작업환경이 힘든 작업장에서는 대부분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으나 완전한 변화가 곧 올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기술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지, 아니면 통제불능의 위협이 될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하며 인간과 사회의 가치를 탐구하는 인문사회예술의 통찰에 달려 있다.
인문사회예술은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다. 과학적 사실은 명확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에 적용될 때 나타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AI가 내리는 결정의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로봇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분배할지 설계하며, 지식재산권의 새로운 원칙을 마련하는 일은 오직 인문사회적 전문성과 통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술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규범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마련될 때 과학기술은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 또한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 고유의 언어와 문화, 역사 속에서 쌓인 ‘정신적 자산’이 과학기술과 융합될 때 비로소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이 생겨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이 기술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 우리 과학기술은 세계를 선도하는 ‘K-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기술을 인간답게 활용할 기술 갖춘 나라가 주인공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사회예술 분야 연구비는 약 3000억원 규모로 전체 국가 R&D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인문사회예술분야 기초학문의 가치를 보존하고 미래사회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인문사회예술 연구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특정 학문을 살리는 차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미래의 큰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는 일과 직결된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는 단순히 ‘인문학 살리기’가 아니다. 이는 국가 R&D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고, 기술혁명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래전략 투자’다. 인문사회예술분야 연구비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일상과 산업 전반을 바꾸는 시대, 진정한 승자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인간답게’ 활용할 지혜와 통찰력을 갖춘 나라가 될 것이다. 이제 인문사회예술과 과학기술의 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우리 모두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